완전한 단열로 열 누출 막아… 발전 위해 관심이 필요해

기자명 황보경 기자 (HBK_P@skkuw.com)

때는 2030년,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밤. 얼음장 같은 집 안에서 옷을 두껍게 입고 이불까지 꽁꽁 싸매고 있다. 전기장판의 온도를 올리고 난로도 틀어 보지만 집 안의 차가운 공기를 데우기에는 그야말로 역부족이다. 애꿎은 보일러만 계속해서 눌러보지만 미동도 없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바로 보일러를 작동시킬 기름이 없기 때문이다.

기름을 살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말 그대로 우리가 쓸 수 있는 석유가 더 이상은 없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서 2030년을 피크오일(Peak Oil)로 예상한 지금, 에너지 고갈에 대한 정확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위와 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매우 효과적인 대안으로 등장한 건축물이 바로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이다.

독일의 패시브 하우스 ⓒTonu Mauring

‘수동적인 집’, 해답을 내놓다
1991년 독일에서 처음 등장한 패시브 하우스는 석탄연료 없이도 실내 온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건축물이다. ‘수동적인 집’이라는 뜻의 이름은 집 안의 열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 것만으로 실내 온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원리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패시브 건축은 에너지 고갈 문제에 방안이 될 수 있는 것이며 나아가 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이와 대조되는 것이 액티브 하우스(Active House)로 분류되는 기존 건축물인데 현재까지 지어진 모든 주택은 각종 에너지를 외부로부터 ‘능동적으로’ 끌어온다. 이렇게 액티브 하우스가 이용하는 대량의 에너지는 에너지 고갈문제를 초래한다.

환기되는 대형 보온병

한국의 패시브 하우스인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의 벽 단면

패시브 하우스의 핵심은 ‘틀어막기’이다. 한 번 들어온 열은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것이다. 우선 남향으로 터를 잡아 남쪽 벽에 큰 창을 내 열기를 최대한 받아들이고, 집 전체를 단열재로 단단하게 둘러싸 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특히 기밀 시공으로 바람이 샐 수 있는 틈을 막아버리고, 바닥과 천장은 두툼한 콘크리트를 쌓아 오랫동안 열을 간직한다. 이에 따라 패시브 하우스의 벽은 일반 건축물의 벽보다 두 배에서 세 배까지 두껍고, 열이 창틀을 통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삼중의 유리창을 사용한다. 이러한 원리를 통해 패시브 하우스는 대형 보온병에 비유될 수 있다.
이 경우 환기 방법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공들여 모은 열기가 환기 도중 쉽게 손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바로 열 회수 환기장치인데 이것은 따뜻한 실내공기가 빠져나가는 관과 찬 외부공기가 들어오는 관을 밀착시켜 외부공기를 데워주는 역할을 한다. 이로써 열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환기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여름에는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 뜨거운 외부 공기가 환기장치를 통과하며 열기를 식혀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 대부분의 패시브 하우스는 창문에 차양을 달아 빛의 양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의 환기구. 환기 시의 열 손실도 줄이기 위해 판을 덧대 놓았다.
을 조절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건물 내부가 시원하게 유지된다. 국내에서 패시브 하우스를 건축한 이대철 씨는 “겨울에 따뜻한 집이 여름에 시원한 법”이라며 “여름엔 문만 열어놓아도 실내 온도가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패시브 하우스의 원리는 크게 복잡하지 않다. 또 일반 가정과 비교했을 때 에너지 사용량을 90% 까지 줄일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 효율이 굉장히 높다.

‘패시브 물결’의 유럽, 한국은?
 
중부 유럽의 국가들은 패시브 하우스를 실제 건축에 활발히 적용하고 있다. 패시브 건축을 이용한 아파트가 등장하고 있으며 특히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는 지난 2009년부터 패시브 하우스의 형태로 설계된 건축물에만 건축 허가를 내주고 있다.
반면 국내 패시브 하우스에 대한 움직임은 매우 미미한데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극소수의 패시브 건축물이 존재할 뿐이다. 여기에는 유럽에서 개발된 패시브 하우스를 우리나라에 직접 적용하기에 상이하게 다른 기후가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유럽보다 여름에 훨씬 더 덥고 겨울에는 더 추운 우리나라 기후와 여기에 습도까지 고려한 패시브 하우스가 개발돼야 한다.
또 패시브 하우스의 건축 자재가 국내에서는 찾기 어렵다는 점도 국내 패시브 하우스 적용이 미약한 원인 중 하나이다. 현재 지어지는 패시브 건축물들은 모두 수입된 자재를 사용해 단가가 훨씬 더 비싸고, 비싼 건축 단가는 소비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거대한 에너지 소비자, 의식 높아져야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패시브 하우스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패시브 건축물인 ‘살둔 제로 에너지 하우스(Zero Energy House)’에는 하루에도 몇십 명의 사람들이 방문해 건축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있으며 방송과 신문 등 여러 매체에도 보도된 바가 있다. 또 국내 패시브 하우스의 수도 늘어나는 중인데 작년 11월 인천에 한 노인정이 국내 처음으로 독일 패시브 하우스 연구소로부터 패시브 하우스 인증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풀뿌리 시민단체 ‘에너지전환’을 비롯한 몇몇 단체에서는 패시브 하우스를 지어 에너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그 대안책인 건축물에 관심을 촉구하는 것이다. 정부도 2017년부터 패시브 건축을 국내에 활발히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점차 조명받기 시작하는 패시브 하우스에 이제는 우리의 관심이 동행할 때다. 대학이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 소비자인데도 불구하고 에너지 고갈에 대한 대학생의 의식은 현저히 낮은 편이다. 그러나 ‘에너지전환’ 송대원 간사는 “최근 들어 에너지에 관심을 갖는 대학생들이 홍성 에너지전환 사무국에 찾아와 현 고갈 상황에 대해 배워간다”며 희망을 전했다. 이제 패시브 하우스에 대한 관심으로 에너지 문제 해결에 한 발짝 나아가 봄이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