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의견과 제보 실시간 반영… 현재 기반 강화 노력 중

기자명 양명지 기자 (ymj1657@skkuw.com)

당신이 만약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였던 △김재중 △김준수 △박유천이 결성한 ‘JYJ(제이와이제이)’의 팬이라면 TV, 라디오에서 그들의 노래를 쉽게 들을 수 없어 아쉬울 것이다.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는 어렵사리 음원을 구해 혼자서 듣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방송 ‘라디오21(홈페이지:radio21.tv)’에 접속해 다른 팬들과 함께 듣는 것이다. ‘JYJ여 비상하라 날개가 되어줄게’라는 특집프로그램을 통해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고 대형 연예기획사의 처사에 반기를 든 이 방송, 보통이 아니다.



윤이삭 기자 hentol@skkuw.com
선거 방송에서 진보 목소리 내는 창구로
라디오21은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 인터넷 라디오 방송이다. △전 세계 39개국의 네티즌들이 실시간으로 각국의 따끈따끈한 소식을 실어 나르고 △사회 현안에 대한 사람들의 다종다양한 의견이 펼쳐지는 공간 △민중음악을 가장 많이 틀어주는 방송 △진보적인 네티즌들의 집결지……. 라디오21을 수식하는 말은 셀 수 없이 많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구현’을 모토로 지난 2003년 2월 정식 개국한 이들의 시작은 2002년 16대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들은 하루 2시간동안 선거 운동 관련 방송을 했다. 이후 방송 시간을 점차 늘려 선거 당일에는 철야 방송을 했고 같은 달 12월 15일을 마지막으로 방송국의 운명은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라디오를 통해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문화적 개혁의 동력으로 삼자는 몇몇 뜻있는 이들이 2003년 1월 새로운 인터넷 방송국 개국을 위한 모임을 결성했다. 준비를 갖춘 뒤 같은 해 2월 21일 정식 개국, 진보적 성향을 가진 많은 네티즌의 참여로 발전을 거듭해 올해 8년째를 맞았다.

날이 선 비판 의식, 폭넓은 청취자

윤이삭 기자

현재 라디오21은 △집회나 토론, 세미나 등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 내는 행사를 생중계하거나 녹화해 보여주는 TV 방송 채널 △음악과 토크 및 24시간 음악 방송으로 이뤄진 2개의 라디오 채널 △텍스트 및 멀티미디어 중심의 뉴스 채널 이렇게 총 3개의 미디어를 보유하고 있다. 스스로 진보를 표방하는 그들인 만큼 기성 언론 매체와는 다른 관점에서 △문화 △시사ㆍ뉴스 △오락 △정치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조명하고 네티즌 의견도 반영하며 공론의 장을 형성하고 있다.
시민주권방송을 표방하는 이들답게 라디오21은 각 시민단체의 활동 현장이나 모든 면에서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이슈의 현장에 최대한 찾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장 방문이 불가능할 경우 생방송 중 전화 연결이라도 시도해 생생함을 전달하려 한다. 현재 편성돼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뉴스&시선 집중 △서영석의 코리아 포커스 △최현진의 권리 찾기 운동본부와 같은 시사적이고 사회적인 것부터 △락별의 썸데이 △오승복의 뮤직 컴퍼니 △이명옥의 문화 광장처럼 문화적 색채가 강한 것까지 다양하다. 방송국의 이사ㆍ기획위원이자 ‘노혜경의 캣츠아이’ 진행자이기도 한 노혜경 씨는 “라디오21은 기존 언론보다 진지하고 기탄없이 사회를 비판하고 정의와 민주주의, 연대란 무엇인가에 대해 가열 차게 논하지만 그렇다고 오락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사회 비판 의식과 재미를 두루 갖추고 있음을 강조했다.
기성 언론과는 달리 이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신문 <뉴스페이스>는 특별히 광고주가 없어 소재를 두고 윗선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일반 방송에서 쉽사리 논의할 수 없는 것들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고 청취자 각계각층의 의견도 방송에 반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자유로운 논의 가운데서도 원칙과 상식에 맞게, 사실에 입각한 정보만을 제공하려 애쓴다. 시민의 알권리 보장을 최대화하겠다는 의도다.
  윤이삭 기자
라디오21만이 가진 다른 매체와의 차별성은 이뿐이 아니다. 기존 방송의 경우 전화 연결이나 인터뷰를 하지 않는 이상 프로그램 제작자와 청취자 사이의 소통이 어려웠다. 그러나 라디오21은 인터넷 방송이라는 특성상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방송 중에 실시간으로 청취자 게시판을 통해 전 세계의 소식이 올라오고 이를 토대로 검색, 확인 후 검증된 정보에 한해 다른 청취자들에게도 전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묻자 강건 방송부장은 “외국인 청취자가 서툰 한국말로 사연과 함께 음악을 신청하는 경우도 더러 있고, 한 번은 아예 일본어로 글을 올린 분이 있었는데 이를 한국 네티즌이 번역해 준 적도 있다”며 “일하는 보람을 느낀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풀어나가야 할 숙제
윤이삭 기자

충성스런 청취자층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들에게도 고질적인 어려움이 있다. 바로 재정적인 문제.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광화문 촛불집회를 생중계했는데 이때 광고가 줄어 심각한 재정난을 겪었다. 그 여파가 오래 지속됐고, 현재도 재정적 어려움은 여전하다.
또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탓에 사이트 내에서 네티즌끼리의 상시적 분쟁도 잦다. 이러한 난관에 대해 노 이사는 “이 모두가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재 이들은 외주 기획이나 외주 프로덕션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메우려 노력하는 중이다.
앞으로 라디오21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묻자 노 이사는 “사람들이 꿈꾸는 세상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며 “이를 위해 기존 정치권에서는 들을 수 없는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아래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위로 퍼 올리는 그런 방송이 되려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보다 탄탄한 방송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케이블 TV 방송 등록 허가를 받는 과정 중에 있고, IPTV 사업과의 연계도 추진 중이다.
단순히 사회나 정부에 대한 비판만 다루는 게 아니라 현재 사회의 문제점을 어떻게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하고 끝없이 고민한다는 라디오21. ‘21세기를 열어가는 라디오’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들이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함으로써 더욱 밝은 21세기를 일궈 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