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미술 야투(野投)

기자명 서준우 기자 (sjw@skkuw.com)

서구 미술의 강한 영향력 아래 놓여 있던 한국 주류 미술계. 그 그늘에서 벗어나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미술 세계를 탐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려는 자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 야투(野投)였다. 야투는 그 이름 그대로 자연(野)에 던져지는(投) 행위를 통해 자연과 하나 되는 미술 활동을 하는 자연 미술가들의 모임이다.

이응우(a leaf)

야투는 금강의 물줄기가 굽이쳐 흐르는 고도 공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자연미술가 여럿을 주축으로 예술적 공감대 형성과 작업 교류의 장을 만들고자 하는 취지로 1981년 설립됐다. 창립 당시의 이름은 야외현장미술연구회였으나 1995년 한국자연미술가협회 야투로 이름을 바꿔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야투가 독자적인 미술체계를 확립하게 된 데는 창립부터 정기적으로 열린 사계절연구회의 공이 컸다.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한국의 자연환경 속에서 이들은 계절에 따라 소멸하고 생성하는 자연의 변화에 창의적으로 반응하며 야투만의 자연 미술의 미학적 연구와 이론적 체계를 탄탄히 했다.
자연 속에 던져진다는 낭만적인 이름만큼이나 그들의 작업방식도 독특하고 자연친화적이다. 자연미술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작가가 미리 그려둔 구상에 자연적인 오브제를 활용해 완성되는 예술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일 것이다. 하지만 야투의 미술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작가의 예술 의지가 만나는 균형점을 찾는 데 중점을 둔다. 그들은 미리 작업을 구상하고 그 이후 자연을 도구로 활용하지 않는다. 준비되지 않은 백지의 상태로 일단 자연 속으로 빠져든 후 거기서 받는 영감에 따라 작업을 한다. 직접 자연을 피부로 느끼며 그 안에서 예술적 가치를 발견해내는 것이다. 야투의 운영위원장 고승현 작가는 “야투의 작가들은 사전에 기획, 구성의 단계를 따로 거치지 않는다”며 “자연 속에서 자연의 일부분으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작품 활동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들의 작품은 최소한의 행위나 설치 등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현장에서 작품을 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사진 속에 담긴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생생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쌓고 붙이는 것과 같은 일상의 행위가 자연과 오묘한 조화를 이뤄 인위적으로 창조된 예술과는 다른 신선한 즐거움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야투는 내부적으로는 ‘야투적’이라고 불릴만한 독특한 자연 미술 세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외국과의 교류를 통해 대외적인 인지도를 얻는데도 성공했다. 회원들은 단발적인 국제적인 전시회 개최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인 자연 미술에 대한 교류와 연구를 위해 2004년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를 출범시키는 결실을 맺었다. 자연 미술이라는 특성화된 영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최초의 비엔날레인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현재 자연미술의 국제적 동향과 미래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야투의 자연미술은 하루가 멀다고 첨단으로 치닫고 있는 도시와 물질적 가치가 최우선시되는 사회 풍조와 대비를 이루며 그 가치가 더욱 빛나고 있다. 고 운영위원장은 “야투의 자연 미술을 대중적인 차원으로 끌어내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미술로 나아가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전했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식을 소박하게 미술로 풀어낸 그들의 예술정신은 앞으로도 빛을 잃지 않고 조화로운 창조를 이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