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영문09)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거의 대부분 사람, 특히 대학생들에게 3월은 시작의 달이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는 항상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동반된다. 내 경우에, 2년 전 새내기 시절의 3월은 새로움 그 자체였다. 지금껏 알지 못했던 세계가 나에게 적응을 요구해왔다. 그리고 나는 그 적응 기간을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어떻게 해야 대학 생활을 보람차게 할 수 있을까?’ 당시의 내 고민은 새내기라면 누구나 하는, 바로 그것이었다.
1년 전 2학년이 된 직후의 3월은 공부에 발만 살짝 담갔던 전 해와 달리 전공 진입생으로서의 무게가 얹어진 3월이었다. 그때의 고민은 한층 더 학술적이었는데, ‘어떻게 해야 내가 택한 내 전공을 더 잘, 더 많이 배울 수 있을까?’가 그것이었다. 기초 교양 과목과는 달리 두껍고 글이 빽빽한 전공 원서들을 한 권 두 권 사며, 나는 이제 진짜 ‘공부하는 대학생’이 되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3학년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당연한 수순처럼 고민한다. 무엇을? 내 미래를. 휴학하고 고시촌에 몸담은 친구들도 있고, 벌써부터 인턴에, 무급봉사에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친구들도 보이는데, 아직 내가 어떤 방향으로 달려야 할지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나에게 남은 시간을 계산해보다 생각보다 여유롭지 않다는 생각에 마음이 덜컥했다. 몇몇 단체나 동아리의 3학년은 배제된 지원 자격들을 보면 더욱 초조해진다. 매년 3월 달이면 늘 해온 것이 고민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작년과 재작년 나는 고민하며 확실히 즐거워했다.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고민을 지난 2년간 해왔다면, 지금은 누군가에게 고민을 강요당하며 쫓기는 기분이다. 고민을 거쳐 내 개성을 살찌웠던 예전과 달리 자기소개서에 적을만한 변변한 어학 성적 하나 없는 초라한 나 자신을 조금씩 깎아내리며 고민이 반복되는 터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뭐라도 내 미래 자기소개서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대학내일>의 대외활동 홍보 지면을 뒤적이는 나를 보며, 후배가 한마디 한다. “언니, 저희 이십 몇 년 인생에 한 줄 보태려고 이렇게…” 순간 머리가 띵하고 울린다. 주객전도도 이런 주객전도가 없다. 오랜만에 집에 내려가니 엄마는 내가 생각이 없다는 걸 아시면서도 공무원 시험 이야기를 꺼내신다. 그것도 상당히 강경한 말투로. 순간 적성과 특기를 탐색하며 달려왔던 내 지난 공교육 하 12년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고민이 좀 더 얹어진다.
3월, 내 나이대의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하고 있는 것이 미래에 대한 고민이겠지만, ‘고민을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나서는 3월이 아닌, 해야만 하는 일에 나를 맞춰가는 3월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지금도 체감 시속 200km로 지나가고 있는 내 대학 생활이 ‘아깝다’는 기분이 들게 한다. 누군가에겐 철없고 배부른 소리겠지만, 또 ‘네 하기 나름 아니겠느냐’는 말을 피할 수 없겠지만, 내 대학 생활이 그저 하나의 수단으로 변색되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 울적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