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윤선 기자 (yoonsun@skkuw.com)

지난주 화요일 오후, 취재원과 다음날 약속이 잡혔다. 헌데 장소는 강원도 홍천군. 모르긴 몰라도 너무 멀다. 게다가 점심 이후에 오면 좋겠다고 한다. 그래서 과감히 결정을 내렸다. 수요일 수업 전부를 가지 않는 것으로.
그날 새벽 세분의 교수님께 메일과 쪽지로 사정을 말씀드리며 양해를 구했다. 제출해야 할 과제를 친구 손에 넘기면서도 마음 한편을 짓누르는 왠지 모를 불안감과 죄책감이 느껴졌다. 괜히 수업을 빠져 불이익이 있는 것은 아닐까, 강의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 취재를 가는 것이 값진 일일까 수 없이 고민했지만 이미 내린 결정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수요일 정오에 강원도 홍천행 버스를 탔다. 그러나 허겁지겁 버스에 올라탄 순간부터 행복한 기운이 서서히 돌기 시작해 살둔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절정에 이르렀다. “살기 좋은 둔치라서 살둔이라 불리지”라는 할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들어 밖을 살폈을 때, 탁 트인 하늘 아래 솟은 산들이 그렇게 웅장하고도 우아해 보일 수 없었다. 강의실 아래 형광등에만 쬐다 차창 너머로 스며드는 햇살을 맞자니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신기했다.
우왕좌왕하면서 찾아갔던 제로 에너지 하우스였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짖어대던 개들과 어느새 친구가 되고, 또 막차를 놓칠까 뛰어다니고 배고픔에 굶주려 순대국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먹은 뒤 부른 배를 보며 만족했던 기억들이 어느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졌다. 한 번쯤 이렇게 소소한 일탈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학창 시절엔 ‘현장 체험 학습’도 있지 않은가? 생각 외로 책이 아닌 다른 곳에서 깊게 배울 수 있는 것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