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보경 기자 (HBK_P@skkuw.com)

사회과학적 연구 방법으로 인권을 연구하는 ‘인권사회학’. 듣기에 어쩐지 낯선 이유는 이것의 역사가 10년 남짓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인권사회학에 앞장서 나아가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지난 12월 『인권으로 읽는 동아시아: 한국과 일본의 인권 개선조건』을 출간한 우리 학교 구정우(사회) 교수이다.

지난 3~40년 동안 인권 연구는 대부분 법학의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 법학에서는 시민적, 정치ㆍ경제적 규약 등 관련 법률을 통해 인권을 연구하는데 이와 달리 인권사회학에서는 사회과학적 연구 방법으로 인권에 접근한다. “예를 들자면 정치적 조건이 변했을 때 그 사회의 인권이 어떻게 변하는지 또 그 이유가 뭔지를 밝히는 것이 인권사회학”이라고 구정우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인권과 관련된 NGO의 수와 같이 구체적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법학과는 다른 인권사회학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정송이 기자 song@

인권사회학자인 구정우 교수는 서울대학교 정진성, 공석기 교수와 2년 반의 연구 끝에 『인권으로 읽는 동아시아: 한국과 일본의 인권 개선조건』을 공동 저술했다. 구 교수는 “한국과 이웃나라인 일본의 인권 추이를 비교해보고 싶었다”며 연구의 동기를 밝혔는데 이는 동아시아의 국가 중에서도 인권이 비교적 잘 정립된 곳이 일본이었기 때문이다. 연구는 궁극적으로 양국의 인권 개선 조건의 제시를 지향한다.
두 국가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위해서는 특정 지표가 필요했기에 정치적 테러 스케일, 자유지수 등과 같은 국제적 인권 지표가 연구에 이용됐다. 이에 따라 도출된 결과는 극명했다. 90년대를 기점으로 한국과 일본의 인권 상황이 상이한 방향으로 흘러갔는데 한국은 점점 진보하고 일본은 점차 후퇴하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선진국은 물론 아랍권 국가도 생존권, 교육권과 같은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라고 설명한 그는 “우리나라 역시 정권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권리에 대한 요구가 강하며 인권을 발전시키려는 집단적 행동이 많았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와 달랐다. 구 교수는 “일본은 이런 권리를 발전시키려는 행동이나 인권 개선에 대한 요구가 한국만큼 활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구 중 어려웠던 부분을 묻자 그는 “국제 지표는 한 국가의 사회적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할 수 없었다”며 국제 지표의 한계를 말했다. 그래서 그는 연구 이후 한국형 인권 지표 개발에 착수했는데 이것은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거의 유일한 시도였다. 그의 연구는 두 방향으로 진행됐는데 하나는 시계열별 인권 지표를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공기관의 인권 지표를 개발하는 것이다. 전자는 현재 완성된 상태로 국제 저널의 심사를 받고 있고 후자는 곧 연구가 시작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 학교에 인권 강의를 개설하고 싶다”며 이후의 계획을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인권 강좌를 비롯해 인권 학위 수여도 있는 것에 비해 국내에는 그런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기자에게 책을 주며 “‘인권 메신저’가 됐으면 한다”고 말하는 구정우 교수. 그의 활발한 인권 연구만큼이나 다음 학기 개설과목 목록에는 그의 인권 강좌가 있기를 조심스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