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보경 기자 (HBK_P@skkuw.com)

△좋은 직장 △높은 연봉 △멋진 차 전부 버리고 미래를 위한 분야로 뛰어들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면, 당신은 가능하겠는가? 당시 다니던 미국의 일류 기업을 그만두고 한국 네트워크 기술 발전을 위해 대학원부터 다시 시작한 교수가 있다. 현재는 IT 분야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불리는 우리 학교 정보통신공학부(학부장:신동렬 교수ㆍ컴공) 정태명(컴공) 교수이다.


정태명 교수 제공
일리노이대학에서 컴퓨터공학으로 석사 과정까지 마친 정 교수는 세계 최초의 네트워크 ‘알파넷’을 개발한 BBN테크놀로지에 취직했다. 그는 “당시 회사는 네트워크 분야의 선도 그룹을 목표로 삼았다”며 “그러나 난 여기에 따르기 보다는 오히려 한국의 네트워크 발전에 대해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결국 일류 기업에 사표를 냈고 퍼듀대학교대학원에 들어갔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귀국한 정 교수는 1995년 성균관대학교에서 IT 분야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며 “그러나 더 나은 미래에는 반드시 투자와 희생이 필요한 것”이라고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더 나은 미래’였다. 정 교수는 귀국 이후 모든 일에서도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미래’를 대비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의 성과는 대단했는데 전 정보통신부 대통령 자문위원, 전자정부위원회의 특별위원을 맡는 등 국내 IT 관련 분야라면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직장을 포기할 당시 그가 생각했던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지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그만의 미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11년 전 “기술이라는 것이 결국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인도적 관점으로 ‘실버넷 운동’을 시작했다. 소외되는 노인들에게 인터넷 무료 교육을 시행한 것. 당시 교육을 받은 노인의 수는 5만 명에 달했다. 이 운동은 이후 노인 계층의 기자가 만들어가는 ‘실버넷 뉴스’로 이어졌고 이는 현재 1백60명의 ‘실버 기자’를 보유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실버넷 뉴스는 그가 참여한 국제 콘퍼런스를 통해 여러 다른 국가에 알려졌고 그는 이를 자신의 국가에도 적용하려는 타국의 관계자들에게 정보를 주고 있다. 정 교수는 “전 세계에서 실버넷 뉴스와 같이 노인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이런 시도가 더욱 발전해 세계를 이끎으로써 결국은 모두가 잘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정 교수는 얼마 전 출범한 우리 학교 소프트웨어학과에서 미래 인력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한국 소프트웨어의 국내 점유율은 1.3%에 불과하다”며 “이 수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고 설파했다. 오늘의 기술이 내일은 무용지물인 소프트웨어의 특성처럼 그의 소프트웨어 교육 역시 변화가 강조될 예정이다. “1학년 때부터 산학협력을 시도하는 등 예전에는 없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 발전하는 한국 소프트웨어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정 교수는 “나만 잘되려는 태도를 버리는 것”을 강조했다. 결국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 밑에는 이로써 전 세계가 함께 발전해나가자는 의식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미래를 내다본 판단으로 시작해 결국은 최고의 자리에 오른 정태명 교수. 이러한 그의 노력은 ‘전 세계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도 부단히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