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희연 기자 (ohyeah@skkuw.com)

이크! 이크! 흡사 춤을 추는 것과 비슷한 몸놀림으로 상대방의 허점을 노린다. “까라!” “까!” 현장을 빙 둘러앉은 군중은 더 재밌게 싸워보라며 소리친다. 견주는 두 선수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지만 구경꾼은 시끌시끌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녹두장군(자과캠)의 대련 모습

마치 노는 것 같기도 한 이 풍경은 택견 대련 현장이다. 택견은 태권도, 유도 등 우리에게 익숙한 무술과는 달리 처음 접했을 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부드러움과 유연함, 강인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우리의 전통 무술이다. 이렇듯 우리 민족의 얼을 이어온 택견을 학교에 전파하는 동아리가 있다. 인사캠의 ‘택견강산’과 자과캠의 ‘녹두장군’이다.
무엇이 이들을 택견의 세계로 이끌었을까. 그것은 다른 무술에서는 느낄 수 없는 택견만의 ‘이중적인’ 매력 때문이다. “보통 운동은 각을 딱 잡고 하는데 택견은 몸짓이 모두 곡선이라서 부드러워요. 그런 동시에 또 굉장히 거칠죠” 택견강산 임승희(독문08) 부회장의 설명이다. 또 그렇게 부드럽고 유연한 몸짓 때문인지 분위기도 딱딱하지 않다. 대련하는 선수를 보고 있노라면 긴장감이 온몸으로 전해지지만, 정작 구경꾼들은 온갖 참견과 익살스러운 말을 던져댄다. 무예인 동시에 놀이인 것이다. 부드러움과 강인함. 무예와 놀이. 택견은 두 가지의 매력을 동시에 갖췄다.
택견강산은 매일 오후 6시부터 정기적인 훈련 시간을 가진다. 먼저 달리기와 스트레칭으로 준비운동을 한 다음, 기본마당인 품 밟기를 거쳐, 각자의 수준에 맞게 △아랫마당 △사잇마당 △윗마당 중 하나를 행한다. 마지막은 역시 대련이다. 녹두장군도 같은 순서로 훈련한다. 방학에는 택견을 수련하는 ‘전수관’의 선생님들과 함께 운동하며 체력을 키우고, 더 좋은 기술을 배우곤 한다. 이들 두 동아리는 비록 캠퍼스가 나뉘어 있지만, 일 년에 한 번 교류전을 열어 친목을 다진다.
이러한 수련의 성과는 매년 5월부터 열리는 전국 ‘택견배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사동 문화마당에서 열리는 택견배틀에는 전국 20개의 택견패가 참여하고 우승팀에는 상금도 주어진다. 또한 연말에는 ‘송덕기옹 추모 결련택견’에도 참여한다. 이는 전통 무예가 핍박받던 일본 강점기에 택견의 명맥을 이으신 송덕기옹을 추모하기 위한 자리다. 택견강산은 택견배틀에서 2008년 4위를 차지했고 녹두장군은 송덕기옹 추모 결련택견에서 2010년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두 동아리는 매년 꾸준히 대회에 참여해 실적을 내고 있다.
이들 동아리는 나름의 고충도 갖고 있다. 택견강산의 임 부회장은 “경영관 지하 3층의 성균마당은 경쟁이 치열해 노천극장이나 금잔디에서 훈련을 하곤 한다”며 마땅히 훈련할 장소가 없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녹두장군의 민병진(시스템06) 학우도 “축제 같은 날 공연을 하면 관심을 갖는 학우가 별로 없다”며 더 많은 관심을 요청했다.
이들의 올해 목표는 곧 시작될 택견배틀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특히 녹두장군의 김성현(컴공10) 회장은 “안 다치고 우승”하는 것이라고 한다. 5월의 한가한 토요일 오후, 인사동 문화마당에 들러보자. 이들의 몸 사위를 좇으며 어느새 팽팽한 긴장감과 시끌벅적한 발랄함의 중간 어디쯤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