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각국의 지역 화폐

기자명 양명지 기자 (ymj1657@skkuw.com)

마냥 모으는 것보다 쓰면 쓸수록 더 좋다는 지역화폐. 전 세계적으로 3천 개 이상의 지역화폐 공동체가 존재할 정도로 국내와는 달리 활발히 유통되고 있는 외국의 지역화폐를 살펴봤다.
호주는 세계에서 레츠가 가장 활발한 나라다. 영국이 유럽연합(EU) 공동시장에 참여함에 따라 주요 수출시장을 잃어버린 호주 정부는 1992년 전국에 걸쳐 레츠 시스템을 세우도록 레츠의 최초 고안자 마이클 린턴을 초청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쳤다. 덕분에 카툼바 지역의 ‘블루마운틴 레츠’는 90년대 세계 최대 규모 레츠로 성장했고, 최근에는 ‘시드니 레츠’가 떠오르고 있다. 시드니 레츠는 ‘오페라’라는 대안 화폐를 사용해 공동체 회원끼리 물건이나 봉사를 거래한다. 거래 단위는 일의 전문성과 상관없이 시간당 20 오페라로 고정돼 있고, 거래 품목은 건축, 외국어 교습 등 전문적 분야부터 집안일 같은 비전문적 분야까지 다양하다. 이는 호주 사회에 팽배한 개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운동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한편 ‘지역 소비’의 유토피아라고 불리는 영국 토트네스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레츠 운동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곳이 있다. 지역의 중앙은행 격인 ‘토트네스 변혁 마을’에서 발행되는 ‘토트네스 파운드(TP)’는 우리 돈 2천 원에 해당하는 1 TP권 지폐만 발행되며 3백 TP로 시작해 현재 약 6천 TP가 돌 정도로 정착했다. 대다수 마을 상점에서는 토트네스 파운드를 취급하고 노동의 대가로 이 화폐를 지급한다. 또 이들 상점에서는 어려운 사정의 이웃 주민을 위한 모금 운동을 하는 등 주민 간 연결 고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브라질의 생태도시 꾸리찌바에서는 전표나 수표 등을 지역화폐의 보완 수단으로 활용한다. 1971년 꾸리찌바에서는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리해서 한 봉지 가득 가져오는 사람에게는 버스표를 하나씩 줬다. 이러한 방식은 영국과 헝가리 일부 지역에서도 사용한다.
최근 9백여 개 가맹점을 확보하며 세를 키운 지역화폐로는 미국 뉴욕의 소도시 이타카에서 거래되는 ‘이타카 아워’가 있다. 1이타카 아워는 미화 10달러에 해당하는 가치를 가진다. 그 이유는 이타카 지역의 시간당 평균 임금이 10달러이기 때문으로, 이타카 아워는 노동량에 기초한 화폐라고 볼 수 있다. 이타카 교환은행에서는 지폐를 발행하고 <이타카의 돈>이라는 격주 신문을 발행해 주민이 제안한 물물교환 목록을 싣는다. 
일본의 지역화폐운동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장기적 경기 침체와 세계화가 초래한 불공정한 경제시스템을 배경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국내와 달리 일본에서는 90년대부터 ‘에코머니’라고 통칭되는 지역화폐가 3백여 곳에서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 특히 도쿄 동쪽의 지바 시에서는 지난 99년 지역화폐 ‘피너츠’ 도입을 성공시켜 화제다. ‘피너츠 클럽’에 가입한 주민은 물건을 5~10% 싸게 사고 할인된 금액은 ‘피너츠’ 화폐로 적립 받아, 정기적으로 가게나 지역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갚아 나간다. 예를 들어 주민이 채소를 싼값에 구매한 뒤 채소 농가의 잡초 뽑는 일을 돕는 식이다. 한 명에서 시작한 이 제도는 현재 회원이 2천여 명으로 늘었고 덕분에 지역 상점들의 매출도 올랐다.
여러 나라의 사례에서 보듯 이들은 지역화폐운동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사회운동을 활발히 벌여 제도를 안착시킬 수 있었다. 개발도상국을 포함해 그 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지역화폐. 국가, 세계 경제에서 초래되는 불안정성이나 환경과 공동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제어하는 것이 그 이상인 만큼 계속해서 보완ㆍ정비된다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에서 들여온 개념인데다 아직 지역화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끈끈한 공동체 의식 형성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우리나라도 두레나 품앗이의 전통은 살리되 타국 지역화폐제도의 좋은 점은 취사선택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