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영인 기자 (youngin@skkuw.com)

너무 피곤한 날. 그래서 너무도 자고 싶던 날. 그렇지만 잠은 내게 허락되지 않은 날.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ㅈㄱㅅㄷ”이라고.

1. 자고 싶다.
시작은 “자고 싶다”였다. 자고 싶었으니깐. 잠을 못 잤으니깐. 요새 마음 놓고 푹 잔적이 있었나. 잠을 안 자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늘 쫓기는 꿈에 시달리다 깬다. 잠들기 전이나 잠에서 깨고 나서도 불안하고 또 찝찝하다. 천안에서 통학하면서 차라리 천안이 더 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통학 시간조차 부족한 잠을 대신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기에. 그 시간에라도 푹 잘 수 있기를 바라기에.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인 날, 미리 해놓지 못한 나 자신에게 화를 내며 책상 위 흰 종이에 가득 “ㅈㄱㅅㄷ”를 써내려갔다. 그렇게 하면 마치 내가 잘 수 있을 것처럼.

2. 죽고 싶다.
그러다 문득 가득 쓰여 있는 “ㅈㄱㅅㄷ”가 “죽고 싶다”로 읽혔다. 깜짝 놀랐다. 그리고 무서워졌다. 내가 언제부터 이랬나. 죽고 싶다니. 노 긍정 선생만큼은 아닐지라도 한 긍정하던 나인데. 그러고 보니 요새 힘든 것 같기도 하다. 부지런히 산다고 사는데 나는 계속 지각만 하게 되고 열심히 달리지만 출발선부터 달랐다는 것을 나도 모르게 수긍하게 된다. 사람과의 관계는 또 어떤가. 평생 내 편일 것이라고 믿었던 아빠가, 22년 만에 처음, 나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저런 일로 자꾸 나를 실망시켜 나 스스로 내 마음을 의심하게 한다. 그렇다고 마냥 비난할 수도, 불만을 뿜어낼 수도 없다. 나 역시도 내 맡은 일을 다 하지 못한 채 나를 합리화시키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야 마는걸. 그렇다고 내 생활 울타리 밖으로 눈을 돌리지도 못한다. 그럴 용기도,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래 봤자 똑같을 것을, 혹은 더 좌절스러울 것을 알기에. 그래. 꽤 힘들기도 한 삶이다.

3. 지기 싫다.
그러나 그럴수록 마음을 다잡는다. 절대로 지지 말자고. 질 수는 없다고. “지기 싫다”고.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나 정도면 아주 편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이런 것조차 못 견뎌내면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그래서 힘내고자 한다. 지고 싶지 않은 것에 지지 않기 위해서. 물론 그럼에도 질 지 모른다. 어쩌면 때로는 지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대한다. 늘 지지 않기 위해 달리는 내 모습을. 그리고 지더라도 기쁘게 질 수 있기를.

이제 한 주도 끝이자 시작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한 주의 끝이고 이 글이 읽힐 시점은 한 주의 시작일 테니. 지면을 빌어 다짐한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나은 미래를 꿈꾸는 ‘싶다’ 대신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싫다’를 따라가자고. 부탁한다. 나 좀 한번 지켜봐 달라고. 그리고 꼭 말하고 싶다. 우리 모두 지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