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건축공학95) 동문

기자명 서준우 기자 (sjw@skkuw.com)

서준우 기자
넓은 주차 공간, 과연 이것만으로 좋은 주차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작년 우리 학교 이정훈(건축공학95) 동문은 주차장의 기본적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도시를 대표할만한 아름다운 외관과 첨단 디자인으로 무장한 주차 건물, ‘헤르마 주차 빌딩’을 건축해 젊은 건축가 상을 받았다. 건축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한국 건축계에 신선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떠오르는 별, 이 동문을 만나봤다.
그는 대학교 시절 공과대학 학생이면서도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학구열 넘치는 학생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4년간 건축 공부를 하고 또 2년간 철학을 공부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 동문은 “건축을 단순히 공학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하나의 문화로 이해하려면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철학 공부가 프랑스에서 학위를 마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2003년 대한민국 정부 건축분야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돼 프랑스 유학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 석사과정까지 마친 촉망 받는 인재였다. 그에게 유학생활은 건축이 단지 기능적 측면에서만 접근해선 안 되며 문화라는 큰 범주 안에서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다른 학문과의 융합이 필요함을 확인시켜준 값진 경험이었다. 이 경험을 토대로 그는 건축물의 기본 기능에 더해 도시의 미관과 사람들의 만족도도 함께 고려하는 건축을 추구해오고 있다.
그는 한국 건축계를 이끌어갈 젊은 건축가 중 한 명으로서 “한국 건축계는 이제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운을 뗐다. “지금까지 건축물의 양적인 팽창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질적인 변화에 중점을 둬야 할 시기”라고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일률적인 형태의 건축으로는 세계화된 사람들의 안목에 더는 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세계의 흐름에 따르면서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멋을 표현해내는 내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 동문은 ‘세계 어디에서도 인정받는 디자인을 하는 것’을 앞으로의 목표로 삼았다. “그러려면 그만큼 보편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며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안목을 갖출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특별히 그런 의도를 드러낼 목적으로 건축하지는 않는다. “나 자신이 국제화가 돼 있다면 건축물에 자연스럽게 그런 의도가 묻어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요즘도 그는 세계적인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꾸준히 국외 공모전에 참여하며 힘찬 도약을 위한 발 구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동문이 대표로 있는 조호건축의 ‘조호’는 한자 지을 조(造)와 좋을 호(好)자를 써서 지은 이름이다. 간단명료한 이 이름엔 그의 건축가로서의 철학이 배어 있다. ‘짓는 것’을 ‘좋아하는’ 건축가가 되는 것, 소박하지만 이것이 그가 바라는 꿈이다. 그는 “내가 일을 즐거워한다면 그 마음가짐이 건축물에 드러날 것이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도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예술가로서 순수한 열정을 드러냈다. 그의 말은 ‘우리나라 최고의 건축가가 되겠다’와 같은 답변을 기다렸던 사람들에겐 조금 실망스러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듯 진정으로 일을 즐기려는 그는 어쩌면 그 누구보다 큰 발전 가능성을 가진 행복한 건축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