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모임 ‘씨앗을뿌리는사람들’

기자명 양명지 기자 (ymj1657@skkuw.com)

ⓒ씨앗을뿌리는사람들
여기, 씨 뿌리고 밭 가꾸는 일로 초록빛 청춘을 물들이고 있는 이들이 있다.
지난 1월 고려대생 세 명이 장난처럼 시작한 도시농사 동아리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하:씨앗들)’의 이야기다. 군 제대 후 학교생활에 지루함을 느끼던 찰나, 도시 농사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재미를 느껴 텃밭 경작을 시작했다는 곽봉석(고려대 미디어학부05) 팀장. 그는 “처음엔 모임이 동아리로 커질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운을 뗐다. 시작은 고려대(이하: 고대) 정문 왼쪽 다섯 평 남짓한 땅에서 시작한 감자 재배였다. 밭을 만들고 작물을 심는 게 일이지 그 후엔 사실 별로 할 일이 없었단다. 퇴비도 많이 주지 않았다. 수확해 보니 잘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었지만 과실이 맺히는 게 마냥 신기했다는 이들, 작년에는 평소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사회학과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 체육관 뒤쪽 공간에 농사를 지어 김장까지 담갔다고 한다.
책상머리 공부만 하던 이들은 땀 흘리며 일하는 보람과 작물을 얻는 즐거움을 알게 되자 다른 사람에게도 이를 전파하고 싶어졌다. 씨앗들의 구성원 대부분이 3, 4학년이라는 점도 모임의 몸집을 키우는 데 큰 계기로 작용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지난해 9월 문을 연 도시 농사 강좌 ‘레알텃밭학교’다. 올해 2회를 맞은 강좌는 이화여대(이하: 이대)에서 지난 7일 개강해 6월 말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강좌의 주된 내용은 농사에 필요한 이론 강의와 이를 토대로 한 실습이다. 이론 수업은 전국귀농운동본부 산하 도시농부학교의 선생님들이 책임진다. 강좌를 통해 수강생들은 흙과 계절 작물에 대해 배우고 유기농과 먹거리 안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 또 이들은 유기농 재료를 고집하고 잔반을 남기지 않는 친환경 식당 ‘문턱없는 밥집’을 방문해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직접 음식을 맛보기도 한다. 이 모두가 캠퍼스 텃밭 경작에 우리네 먹거리 이야기를 녹여내고 싶어서다. 더불어 이들은 회원들의 캠퍼스 내 텃밭 조성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텃밭이 넓지 않을 경우 상자텃밭을 보급하고 있다. 현재 고대와 이대는 물론 시립대에도 교내 텃밭이 조성돼 있다.
윤이삭 기자 hentol@skkuw.com

작년 10월과 11월에는 ‘파머스마켓’을 열어 이들의 수확물을 팔고 근교 농민들을 초청해 유기농 레스토랑을 차렸다. 이는 문화제적 성격을 띠고 학우들에게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장터의 특성상 수익이 있어야 지속되는 만큼, 올해부터는 고대 사회 공헌 동아리에 위임해 수익성을 더욱 높일 예정이다.
세를 키워가고 있지만 어려운 점도 있다. 이대의 경우 기존에 텃밭 동아리가 있어서인지 씨앗들이 교내 텃밭 허가를 흔쾌히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고대는 미관상의 이유를 들며 이들의 활동을 탐탁찮게 여기고 있다. 이에 대해 곽 팀장은 “우리가 이용하는 땅은 애초에 버려진 곳인데다 거기에 농사를 짓는다고 해서 학교에 특별히 해가 되는 것도 아닌데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전했다.하지만 씨앗들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최근 몇 년간 다양한 도시농부학교가 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씨앗들이 운영하는 레알텃밭학교는 저렴한 수강료는 물론이거니와 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대학생을 위한 것이라는 강점을 지니기 때문이다. 학교 근처에서 농사가 이뤄져 가깝다는 점도 더해진다. 이에 대해 이번 레알텃밭학교 1강 이론 강의를 맡은 도시농부학교 노희선 교장은 “최근 바른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점점 관심을 보이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주거와 경작이 분리된 지는 채 백 년도 안 됐다며 “우리가 사는 곳, 즉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게 어찌 보면 더 자연스럽다”고 말하는 씨앗들. 그들은 몸을 움직여 직접 생산하는 것 자체가 매우 새로운 경험이며 우리의 ‘경작 본능’을 충족시켜 준다고 주장했다. 내 손으로 기른 안전한 식재료를 얻고 바른 먹거리에 대한 인식을 갖출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씨앗들과 함께 ‘레알(Real)’ 농부가 돼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