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현(국문85) 동문

기자명 유영재 기자 (ryuno7@skkuw.com)

정송이 기자 song@skkuw.com
다른 사람들이 “국문과 나와서 시 쓰다가 아동 교양물 쓰고 그림도 그리는데, 도대체 정체성이 뭐냐”고 물으면 “나 같은 사람도 하나쯤은 있어야지”라고 대답한다. 시인으로 출발해 20권의 저서를 간행한 작가로, 이제는 아마추어 화가에서 정식 화가로의 변신을 꿈꾸는 그. 비전공 분야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우리 학교 장세현(국문85) 동문을 만났다.
장 동문의 경력은 시인으로 시작됐다.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이던 1991년 시집 ‘거리에서 부르는 사랑 노래’로 등단했다. 그러나 그의 시인으로서의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먹고 살려고 아동 교양물을 시작했어요”라고 농담처럼 말하며 웃었지만 “사실 농담 반 진담 반이에요. 1급 시인들도 시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요”라며 아쉬워했다.
대신 그는 아동 교양물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통합적 지식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 ‘좀 했다’고 자신만만하게 내세울 수 있는 분야만 해도 △미술 △시 △역사 △태껸 △판소리 등 무수히 많고 그 외에도 수지침, 전통 악기 등 호기심이 닿는 모든 곳에 손을 뻗고 있다. 덕분인지 20권이 넘는 저서의 분야도 제각각이다. △고구려 벽화가 들려주는 이야기 △노벨상에서 통일까지 김대중 △창의력 명화 여행 등 그의 지식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
아동물을 시작한 계기는 특이하게도 모든 분야에 비전공자였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많아서 광범위한 지식을 습득하긴 했지만 세밀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어린이들을 위해 맛깔나게 재구성할 자신은 있었다. 각 분야에 세밀한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약이 아무리 좋아도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먹이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므로, 아이들의 몸에 잘 흡수되도록 양과 맛을 조절하고 다른 약재와 혼합하는 작업이 자신의 글쓰기라고 그는 비유한다.
그렇다고 관심도 없는 비전공 분야로 눈을 돌린 것은 아니다. 시 대신 여러 분야의 아동 교양물을 집필하면서 어느 분야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다 ‘이왕이면 평소에 관심 있게 공부하던 분야를 쓰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미술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학창시절 강변에서 혼자 그림을 그릴 만큼 미술에 흥미가 있던 그였다.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비유했다. “화분에 봉숭아 모종을 하나 키우는데, 정성껏 키우다 보니 옆에 싹이 하나 나더라고요. 채송화였어요. 계속 키우니까 채송화도 참 예쁘고 의미 있는 꽃이 됐어요. 미술 도서를 저술하는 건 그렇게 생각하면 돼요”
그렇게 시작된 미술에 대한 흥미는 어느새 화가로의 꿈을 향해 있었다. 그는 현재 시민미술단체 ‘늦바람’에서 아마추어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늦바람에서 매년 개최되는 전시회에도 꾸준히 출품하고 있으며 조만간 개인전도 열 생각이다. 그는 화가가 아닌 작가로서 미술계의 학벌 중시 풍조에 일침을 던졌다. “기성 화가들은 학벌을 중시하지만 정작 미대에서 배우는 건 아카데미즘이에요”라고 말했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 한때 학위를 위해 미대에 갈 생각을 했지만, 미술 분야의 책으로 미술계에 반향을 일으킨 후 화가로 성공하는 것이 지금 그의 포부다. 그의 끝없는 호기심과 변신은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