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곤(유동07)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군 제대한지 2주일도 안되어서 복학한 나는 연기예술학과 신입생 학우들이 선배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기겁을 했다. 마치 군대에서 신병이 거수경례하고 관등성명까지 대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게다가 선배들은 인사를 받아주지도 않는다. 이는 군대에서도 기피시 되는 행동이다. 이후 ‘군필’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이것이 비단 나의 생각뿐만이 아니라는 것은 확인했다. 이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이러한 ‘군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선배들이 활용한 수단이다. 내가 알기로는 과 잠바를 교복처럼 입고 다녀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래야 인사 안 하는 사람을 ‘적발’할 테니까),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강제 구매가 이뤄졌을 것이다. 그리고 훈련소에서 인사하는 것만 며칠 배운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 강제성이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군대는 적을 죽이기 위해서 부하를 죽음에 몰아야 하는 상황 때문에 군기라는 것이 있지만, 학교를 다니는 것은 뛰어난 학우에게 배우고, 못한 학우를 이끌어주고 하는 교학상장을 하기 위해서 다. 게다가 연기,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그러한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움을 추구하고 그 자유로움을 통해서 연기를 하고, 세계적인 연기자가 되어야 할텐데, 다른 과에서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 일을 강요한다는 데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분명, 연기예술학과분들께서 이의를 제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학교에서도 한다, 우리 과의 전통이다, 관행이다, 신입생이 선배들한테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선배에 대한 예우이다. 이것 모두 군대에서 내부부조리에 대해 써먹는 변명들에 지나지 않는다.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이 이와 같은 위계질서와 권위를 두둔한다는 것은 웃지 못할 소리다.
연기예술학과 선배들 또한 이러한 문제점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총학생회, 단과대 학생회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빠른 시일 내에 ‘시정’하기를 바란다. 그런 인사는 사회 나가서 해도 된다. 정말 보기 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