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윤선 기자 (yoonsun@skkuw.com)

윤이삭 기자 hentol@
■ 연구 주제를 선정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창의 사업단에 선정돼 몇 년 전부터 분자 메모리에 관한 연구를 했다. 메모리를 분자차원에서 이해하고 그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사업단의 첫 번째 목표였는데 특히나 유기 분자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반도체의 주류인 무기 메모리는 제작 단가가 비싸고 나노선을 집적하는 데 물리적 한계를 지니기 때문이었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USB 같은 것이 대표적인 무기 메모리이다. 유기 메모리는 무기 메모리와는 달리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어서 이에 관한 연구 주제를 선정하게 됐다.

■ 무기 메모리와 유기 메모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분자 메모리의 종류에는 무기 메모리와 유기 메모리가 있다. 무기 메모리는 실리콘 같은 무기물을 이용해 만든 메모리를 말한다. 무기 메모리에서는 나노 선이 회로로 쓰이는데 이것이 집적화 될수록 단위 면적당 들어가는 회로 수가 늘어나므로 메모리 용량이 커진다. 그러나 나노 선이 약 5나노 이하로 가까워지면 누설 전류 문제가 생긴다. 한쪽 나노 선에 전류가 흐르면, 본래 전류를 흐르게 하지 않으려 했던 바로 옆의 나노 선도 덩달아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것이 심하면 열이 발생하거나 타기까지 한다.
반면에 유기 메모리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두 전극 사이에 나노 선 대신 한 층으로 된 유기 분자를 끼워 넣는 것이다. 분자는 길어야 3나노의 길이로, 나노 선 사이의 한계 거리보다 짧아 같은 면적이더라도 무기 메모리보다 매우 큰 용량을 가질 수 있다.

■ 구체적으로 유기 메모리의 장점이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이 △고도의 집적화가 가능한 것과 더불어 △설계하는 대로 분자 조작이 쉬운 것 △탄력성이 높은 점 △저 전력에서도 사용 가능한 점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탄력성은 최근 연구가 한참 진행되고 있는 ‘입는 컴퓨터’ 개발에도 크게 이바지 할 것이다. 또 일반 무기 메모리는 15V의 전압이 걸려야하는 반면 유기 메모리는 1V 이하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다. 이는 에너지 절약에 한몫할 수 있다.

■ 이번 연구가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되는가
분자 메모리는 우리의 두뇌와 닮았다. 물론 두뇌보다 훨씬 단순하지만 그 기본 원리는 분자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한다는 점에서 같다. 분자를 이용한 메모리의 원리는 궁극적으로 두뇌를 이해하는 데에 한 걸음 다가가게 할 것이다. 더 발전한다면 알츠하이머 치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 분자 메모리 연구는 신소재나 반도체에서도 할 것 같은데
그렇다. 그 분야에서 연구하시는 분들도 무기 메모리의 한계 때문에 유기 분자 메모리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이 연구 분야에서 화학적으로 분자를 설계하고 만드는 것은 화학자의 몫이지만 그 이후에는 공학자와의 조화로운 융합이 필요하다. 우리 연구팀에도 화학과 출신 대학원생들뿐 아니라 전자 소자나 에너지 과학을 전공한 대학원생들이 많이 있어 서로 협동하고 있다.

이효영(맨 앞줄 가운데) 교수와 연구팀   윤이삭 기자 hentol@

■ 연구를 하며 힘든 점이 있었다면
세계적으로 성공 사례가 없다 보니 연구팀 내에서도 회의감이 일었던 연구 주제였다. 아마 성공 확신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고비를 견뎌냈기에 이번 성과가 더 빛나지 않나 싶다. 예비 과학도들에게 한 마디 당부하자면 도전 정신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과학은 한계에 대한 도전이며 도전 정신 없이는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예비 과학도들에게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