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영인 기자 (youngin@skkuw.com)

절대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을 잡고 있을 때, 무심코 손에 힘을 준다. 그것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커질수록 손에 든 힘도 점점 세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정신 차리고 보면, 내가 무엇 때문에 손에 힘을 줬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대신 너무 꽉 쥐었던 손이 ‘아프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를 놓아버리는 것보다는, 그래도 꽉 쥐는 것이 낫다고 위안해왔다. 돌이켜보면 대부분 그랬던 것 같다.
1. 신문사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시간이 끝났다. 2년 6개월이다. 아등바등 버텨온 만큼 뿌듯하다. 정말 많은 것을 얻었다. 식상할 수도 있지만, 정말이다. 그럼에도 신문사 입사 당시 내가 꾼 꿈이 그대로냐고 물으면, 글쎄 확신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하자면 신문을 만들고 최소한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 정말 중요한 문제에는 다가가지 못한 적도 있다. 잡아야할 것을 놓친 채 쥐지 않아도 될 것을 쥐고 있느라 너무나 힘들었다. 그리고 이제 신문사 생활을 정리하면서 쥐고 있던 손을 펼 순간이 다가오자 나도 모르게 허무함이 느껴진다.
2. 인간관계에서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절대로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갈림길에 서게 됐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 사람을 잡기로 했다. 그게 그 사람을 잃게 할지, 그렇지 않을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 채. 그렇지만 어쨌든 무조건 잡았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그 사람을 잃었다. 그제야 쥐고 있던 힘이 풀렸다.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아서 놀랐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주변에서 무엇인가를 쥐고 있느라 애쓰고 있는 사람을 본다. 그리고 간혹 꽉 쥔 주먹 때문에 스스로 힘들어하고, 그것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그 주먹을 나에게 휘두르기도 한다. 그 휘두름 때문에 내가 상처 받은 적도, 솔직히 말하면 있다. 나 역시 내 주먹을 많이도 휘둘렀을 것이다. 정말로 내가 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사실 애초에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어쩌면 사람들은 남이 쥔 주먹에 관심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빼앗을 마음은 더욱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우리는 본인들의 손이 으스러질 정도로 그렇게 꽉 쥐고 심지어 휘두르기 까지 하는 것일까. 내 경우를 바탕으로 유추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조심스레 말해본다. 어쩌면 우리 모두 지금 내가 무엇을 쥐고 있는지, 쥐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쥐는 것은 좋을 거다. 쥐고 있을수록 잃어버리지 않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맞을 테니. 그러나 잡는다는 것이 다가 아님을, 그리고 만약 잡는다면 자신이 무엇을 쥐고 있는지 알았으면 좋겠다. 이 지면을 빌어 나부터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