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보경 기자 (HBK_P@skkuw.com)

선박과 항공기를 흔적도 없이 삼켜버려 수십 년간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버뮤다 삼각지대. 그런데 작년 8월, 호주의 한 교수가 버뮤다 실종사고의 범인이 바다 속에 존재하는 어떤 물질임을 밝혀냈다. 그렇다고 이 물질을 미워하지는 말라! 마치 용서라도 구하듯 이것은 매우 촉망받는 미래의 에너지원으로서 자신을 소개하고 있으므로.

이것은 다름 아닌 ‘메탄 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였다. 이 물질은 천연가스가 물 분자와 만나 형성된 결정체로 ‘가스 하이드레이트(Gas Hydrate)’라고도 불린다. 멜버른 모내시 대학 조세프 모니건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심해에 묻혀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갈라진 땅 틈새로 새어 나오면서 엄청난 양의 메탄 거품이 된다. 이 거품은 수면 위로 떠올라 주변을 지나가던 선박에 붙어버리고 선박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순식간에 침몰해버린다. 이 때 메탄 거품의 양이 더욱 많아지면 그 상공에 있던 항공기 역시 엔진에 불이 붙어 힘없이 추락한다. 이로써 버뮤다 삼각지대 미스터리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런데 이러한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사실 다른 곳에 있다. 메탄을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대략 석유의 2/3, 석탄의 1/2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최대 적인 이산화탄소가 덜 배출되는 연료의 발견은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때문에 고심하던 이들에게는 매우 희망적인 소식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30년 안에 멈춰버릴 석유 생산에 비해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그 매장량 또한 방대하다. 지난 2005년 울릉도 부근에서만 6억 톤의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발견됐는데 이는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의 30년 치에 해당한다. 세계적으로는 10조 톤 정도가 매장돼 있다고 하니 가히 ‘꿈의 연료’라고 불릴 만하다.
그러나 실용화에 앞서 이것을 어떻게 시추할 것이냐가 커다란 장애물로 남아 있다. 일반적으로 심해에 묻혀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시추 과정에서 연소되면 물과 이산화탄소만을 배출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소되지 않고 메탄이 공중에 그대로 방출되면 이산화탄소보다 10배는 더 강한 온실효과가 발생한다. 또 채굴 과정에서 해저가 붕괴될 수도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는 독도 부근에서 대량의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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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하면 울릉분지가 무너져 내릴 위험이 있다.
따라서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현재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놀라운 것은 이들보다 40년 정도 뒤늦게 연구를 시작한 우리나라가 시추 기술의 핵심 메커니즘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이흔 교수팀은 해저의 붕괴 없이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채굴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메탄 하이드레이트 속에 자동차 등에서 배출된 배기가스를 밀어 넣는 방식으로 메탄은 꺼내고 그 자리에 배기가스를 가둬버렸다. 이를 통해 메탄을 채굴하는 동시에 배기가스를 매장하는 이중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연구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5년 내 동해에서 시추가 이뤄질 것이다.
쉽게 연소하는 메탄의 성질 때문에 불을 대면 활활 타오르는 메탄 하이드레이트. 이때 얼음 결정처럼 생긴 이 것의 겉모습은 마치 얼음이 불타는 듯한 광경을 연출한다. 비행기를 집어 삼켜 공포를 주면서도 동시에 가장 각광받는 에너지원인, ‘불타는 얼음’만큼이나 이 묘한 물질에 세계는 지금 열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