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영재 기자 (ryuno7@skkuw.com)

지난 주 수요일, 가장 좋아하는 전공 수업마저 결석하고 목동구장으로 향했다. 우리 학교와 동국대의 야구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기사를 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취재하러 간 것이긴 했지만, 원래 야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나는 선수들이 경기 시작 전 훈련하는 모습과 관중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지정석에 앉은 사람 중에는 스피드건을 들고 투수들을 유심히 지켜보는 사람도 있었고, 스카우팅 리포트(Scouting Report)를 들고 무언가를 열심히 기록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신기해했던 것도 잠시, 문득 경기에 출장하는 20명 남짓한 선수들 중 프로구단에 지명되는 선수는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고교야구에서 최상급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와 프로구단으로 빠져나가고, 스카우터의 눈에 들어오지 않은 준(準) 최상급 선수들은 지명되기 위한 마지막 기회를 노리고 대학에 진학한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한 선수들이 프로에 지명될 확률은 더더욱 낮아진다. 구단 입장에서는 당연히 나이가 어린 고교 유망주가 더 입맛에 맞는 법이다. 프로에 지명되지 못한 나머지 선수들은 학교 졸업 후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게 될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기껏 떠오르는 직업은 체육 교사와 자영업, 스포츠마케팅 분야가 전부였다.
이런 상황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엘리트 스포츠의 한 면이기도 하다. 소수 정예의 스포츠로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프로에 지명되지 못한 나머지 선수들이 사장되는 비참한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소수 엘리트 육성 방식은 스포츠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오늘날의 많은 대학생들이 느끼듯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곳에 취직하지 못하면 물음표가 붙고 패배자 취급을 당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운동선수들에게 연민의 감정을 가져야 할 필요는 없고 그럴 수도 없다. 우리 젊은이들은 모두가 ‘간택’당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