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텀블벅 염재승 대표ㆍ소원영 공동 창업자

기자명 양명지 기자 (ymj1657@skkuw.com)

■ 텀블벅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간단히 소개하기가 쉽지 않은데(웃음). 소셜펀딩이라 할 수 있지만 우린 사실 이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SNS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펀드 레이징(fund raising)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 그저 예술가들이 지인이나 가족, 혹은 그 외에 자신에게 투자할 사람들로부터 원래 받을 수 있는 돈을 인터넷으로 받는 것뿐이다. 같은 돈이라도 직접 받는 것과 온라인을 통해 받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 회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운영진 모두가 영화나 디자인 등 예술 하는 사람이다 보니 작품 하나를 하려고 해도 돈이 많이 들어 평소 고민이 많았다. 물론 예전에 비해 (작품 제작)환경은 좋아졌지만 돈 문제는 여전한 상태였다. 그러던 차에 생각해 낸 게 텀블벅이었다. 처음엔 회사를 운영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금전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사업자 등록을 해야 했다.   

■ 학생 신분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회사 운영상 어려운 점은 없나
인력 부족이다. 글 잘 쓰는 사람이 필요하다. 3명이서 회사를 운영하려니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플 수도 없다(웃음). 사업 자체가 우리 전공에 필요한 플랫폼이긴 한데 학업과 병행하기기가 어려워 3명 모두 휴학 중이다. 또 다른 어려움은 우리나라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내보이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대개 작품 활동은 열심히 해도 그것의 유통에는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예술가들더러 유통에 참여하라고 강요하기는 어렵다.

■ 지금까지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는
지금까지 진행한 9~10개 프로젝트 중 2개가 성공했는데, 그렇게 프로젝트가 성공할 때 순간순간 보람을 느낀다. 텀블벅은 준비 기간이 길어 다른 업체들보다 늦게 시작했는데도 생각보다 후원금이 많이 모여 우리 스스로도 놀라곤 한다. 이렇게 좋은 반응을 감지하고는 있지만 항상 초조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돼 실험적인 단계인데다 고객층이 상당히 민감하다. 아직은 칭찬보다 부족한 점에 대한 목소리가 우리에게 더 중요하다.

■ 우리나라는 예술가에 대한 지원이 열악한 상황이라고 들었는데
열악하다기 보다는 지원을 받는 과정이 조금 까다롭다고 들었다. 정부 지원이 많은 나라들은 예술인 스스로가 자신의 작품을 활발히 알리고 사람들로부터 후원을 받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미국 킥스타터(kickstarter)의 성공적 운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미국 예술인들은 안일하게 정부 지원금이나 타겠다는 생각보다 자신이 발로 뛰어 후원을 받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물론 정부지원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안주하겠다는 인식은 타파해야 한다.

■ 텀블벅이 갖는 의미는 뭐라고 생각하다
우리나라의 아티스트 집단은 굉장히 ‘도박적’이다. 아주 가난하거나 엄청난 인기를 얻어 스타가 되거나 둘 중 하나였다. 하지만 텀블벅이 추구하고 싶은 건 그 중간이다. 즉 창작과 생계를 동시에 가능케 하고 싶다. 지금까지 예술가들이 중간을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은 적절한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텀블벅은 예술가와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 간의 빠르고 강력한 소통 수단이자 접점이다.

■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잘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다른 소셜펀딩 사이트들은 세상을 바꾸겠다고 선전하지만 사실 이 일로 세상을 바꾸기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고객층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감성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텀블벅을 통해 충분히 소통하고 예술을 계속 해나갈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