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윤선 기자 (yoonsun@skkuw.com)

예전에는 공학자들이 기계를 만들면 소비자는 이를 일방적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반대로 인간이 어떻게 기계를 쓰는지를 알고 기계를 만든다. 이러한 시대적 역발상을 조광수(인터랙션) 교수에게서 들어봤다.

요즘 애플사가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죠? (마우스를 집어 들며) 이게 애플사에서 내놓고 있는 마우스에요. 근데, 주위에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바로 욕실에서 흔히 보이는 비누통을 닮았죠. 욕실용품 디자이너였던 조나단 아이브(Jonathan Ive)는 사람을 잘 아는 사람이었고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거에요. 기계에는 공학적 부품만이 들어가는 것만 같아도 실은 사람을 잘 아는 심리학자, 인지과학자 등의 손을 거치고 있죠.

차윤선 기자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어떻게 하면 인간과 기계가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하느냐를 연구하는 것이죠. 저를 비롯한 우리 학과가 하는 일도 이와 비슷해요. 그중에서도 저는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기술 △소프트 패드 △스마트 TV △시각장애인을 위한 지팡이 △정신지체아를 위한 로봇 등을 연구하고 있어요. 소프트 패드는 스마트 폰 화면 상에 뜨는 패드를 말하는데 이때 화면을 누르는 터치감이 없으면 입력하는 속도나 정확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돼요. 감각은 자극을 받아들이는 입력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이를 다시 출력하는 기능도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소프트 패드 연구에서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정말로 키보드를 치는 듯한 감각을 줄까’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장애인을 위한 연구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인지’에 대해 설명해줄게요. 예를 들어 불이 났을 때 소방관이 어린아이들을 구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해요. 불이 나서 세상이 온통 까맣고 빨간데, 방독면을 쓰고 도끼를 든 소방관이 격양된 목소리로 아이를 부르는 그 상황에서 아이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아이는 소방관을 괴물이라고 생각해버리고 도망을 가기 바쁘죠. 이 같은 경우처럼, 일반인이 생각하는 상식적인 인지와는 다른 경우가 굉장히 많이 존재해요. 이번엔 시각장애인의 경우를 생각해보죠.
그들이 지팡이를 짚고 밖으로 다니는 이유는, 길을 찾기 위함이에요. 하지만 지팡이는 길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단지 발 앞의 장애물이 있는지 만을 알려주죠. 시각장애인은 단 한 번도 공간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공간을 인지하는 능력부터가 일반인과는 다르지만 지금까지 지팡이는 일반인의 시선에 의해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 각각의 인지상태에 맞는 연구를 통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물건을 만들려고 해요. 이는 기계공학적 지식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분야의 지식이 융합돼야 가능한 일이죠.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하드웨어적인 측면을 많이 발전해왔어요. 이제는 소프트웨어적인 사고를 가지고 이를 구축해 나갈 때에요. 사람 중심이 되는 기계와의 상호작용. 이것이 연구의 목표겠죠. 서로가 가진 지식을 연결해 협동할 수 있는 그런 미래를 꿈꾸고 있어요. 그러려면 앞으로도 열심히 연구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