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길이 모여 만드는 만 권의 기적
작은 손길이 모여 만드는 만 권의 기적
  • 권정현 기자
  • 승인 2011.07.27 18:56
  • 호수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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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케치 - 기적의 책꽂이

 

책꽂이에 가득 꽂힌 책들 중 앞으로 다시 읽어볼 책은 몇 권이나 될까? 잘 보지 않는 책을 ‘기적의 책꽂이’에 기부하면 책이 꼭 필요한 포이동 어린이 공부방, 안산 다문화가정 어린이 공부방 등으로 전해진다. 이번 주말, 책 정리로 손쉽게 나눔을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지민섭 기자 jms2011@skkuw.com
‘기적의 책꽂이’가 진행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책을 기부하고 싶으면 ‘책 정거장’에 직접 찾아가서 책을 전달하거나 택배로 보내면 된다. ‘책 정거장’은 책이 필요한 곳에 전달되기 전까지 책꽂이에 보관하는 시설로 현재 △서울밝은세상안과 △시사IN편집국 △신대방역 트레블메이트 △홍대 카페바인이 자발적으로 그 역할을 맡고 있다. 기적의 책꽂이에 책을 기부한 김우영 씨는 “안과에서 도와준 덕분에 착불 택배로 보내기만 하면 되니까 부담 없이 책을 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인 책은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독서지도사,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손을 거쳐 9월 3일 ‘책 이사 가는 날’에 책이 절실한 어린이 공부방, 도서관 등으로 보내진다. 그 때까지 1만 권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적의 책꽂이’운동은 기존의 사회적 캠페인과는 다른 독특한 방법으로 진행된다. 무엇보다도 이 운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다. 파워트위터리안인 김성주 씨와 고재열 시사IN 기자가 올해 초에 트위터에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이 운동의 시작이다. 자신이 잘 안 보는 책을 나누고 싶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동참하기 시작했고, 이전부터 사회공헌활동을 해오던 서울밝은세상안과가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나서면서 급속히 진전됐다. 트위터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누리꾼들을 통해 무한히 전파됐다. SNS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전파력이 빠르고 피드백도 바로 이루어진다. 6월 24일부터 책을 모으기 시작하여서 한 달이 채 안 된 지난 21일에는 3천여 권이 모였다. 책이 모이는 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기적의 책꽂이’는 온라인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오프라인으로 귀결되는 운동이다. 매주 목요일에는 자원봉사자와 책 기부자들이 모이는 오프라인 모임이 열린다. 지난 21일 진행된 3차 오프라인 모임은 책과 더불어 와인과 아티스트 백남준을 주제로 진행됐다. 따분한 회의가 아니라 모두가 즐거운 모임을 만들기 위해 △와인 △차 △치맥(치킨과 맥주) 같은 주제를 정해서 특색 있게 진행된다. 모임에 참석한 힙합가수 마루치 씨는 “누군가가 주축이 돼서 만들기보다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모임이라서 좋다”며 “또 와인이나 치킨 같은 게 있는 모임이라 재미가 있어서 더욱 좋다”고 말했다.

사실 책을 기부하는 일은 이전에도 다른 여러 단체에서 실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기적의 책꽂이’는 이전의 운동과는 달리 기부 이후에도 관심을 둔다. 모든 책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내 책이 지금 어디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도 있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전달된 곳끼리 책을 바꿔서 볼 계획이다. 김성주 씨는 “기적의 책꽂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유지(maintenance)”라며 “그동안 진행됐던 사회적 캠페인이 잘 유지되지 못한 것과는 다르게 잘 유지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또한 ‘기적의 책꽂이’는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시즌2, 3으로 이어나갈 것을 계획하고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시즌1에서는 책을 모아서 전하는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탄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이다. ‘와인 마시는 날’에 만난 동물자유연대 사무국장 심샛별 씨는 “책을 개인적으로 기부하면 얼마나 효과적으로 책이 쓰이는지 알 수 없고, 기부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워낙 문제가 많았는데 기적의 책꽂이는 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어서 앞으로도 긍정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재열 기자는 “대학생이라면 아직은 책을 모아야지 솎아낼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무가 가지를 쳐 줄 때 더 잘 자라듯이, 책을 고르는 과정에서 책 창고가 아닌 책꽂이로 바뀔 수 있다”며 참여를 독려했다.

사진│지민섭 기자 jms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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