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은진 기자 (minki0409@hanmail.net)

유전자 치료,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이라는 용어가 생소하지 않을 정도로 유전자 연구는 빠르게 발전해왔다. 하지만 이런 연구가 모든 생물에까지 진행됐을까? 안타깝게도 아직 해양 생물 분야는 더디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초로 플랑크톤 게놈 해독에 성공해 해양 생태학 발전의 물꼬를 틀어준 우리 학교 윤환수(생명) 교수를 만났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으면 일단 관심을 갖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특히 육안으로 관찰하기 힘든 미세 플랑크톤은 더욱 그렇죠” 이같이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한 해양 생태학 분야는 그만큼 발전하는 데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 학교 윤환수(생명) 교수는 해양 생물의 게놈을 해독하고 그들 사이에 어떤 관계를 갖는지 묵묵히 연구해왔다. 결국 그는 세계 최초로 미세 플랑크톤의 게놈을 전체 해독해 냈으며,

김은진 기자
이는 지난 5월 세계적인 과학 권위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윤 교수팀이 전체 게놈 해독에 성공한 미세 플랑크톤은 ‘피코빌리파이트(Picobiliphyte)’로 2006년에서야 그 존재가 알려졌다. 이 플랑크톤은 현미경으로도 관찰하기 힘들 정도로 매우 작아 연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하나의 세포로부터 유전체를 증폭해 전체 게놈을 해독하는 ‘단일 세포 게놈 분석’ 기술을 이용해 연구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 연구에서는 3개의 피코빌리파이트를 대상으로 했다. 그러자 첫 번째 세포에서는 95% 이상 바이러스에 감염된 게놈이 발견됐다. 바이러스는 숙주의 DNA를 자신의 것으로 변환시키는데 이 플랑크톤 또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이런 결과를 보였다. 두 번째에서는 △플랑크톤 △박테리아 △바이러스의 게놈이 발견됐다. 이 플랑크톤은 박테리아를 먹이로 하며 그 중 일부는 바이러스에 감염됐기 때문에 세 가지의 게놈이 해독된 것이다. “우리가 먹은 미역이 위장 속에서 아직 소화되지 않았을 때 게 놈을 해독하면 우리 자체의 게놈뿐 아니라 미역의 것도 발견할 수 있는 것과 같아요”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가 갖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인데 우선, 피코빌리파이트가 식물성 플랑크톤이라고 알려졌던 것이 사실이 아님을 입증했다. 2006년에 이 플랑크톤은 식물성이라고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식물성과 관련된 유전자는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 피코빌리파이트 개체뿐만 아니라 그것의 먹이, 그리고 먹이가 감염된 바이러스의 게놈까지 밝혔다. 이를 통해 전체 해양 생태계에서 작은 동물성 플랑크톤이 무엇을 먹고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되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 우리 실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먼저 해양 생태계는 종이 매우 다양한데 아직 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그러므로 이 연구를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게놈 정보나 천연 물질 등을 얻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피코빌리파이트도 새로운 생물자원으로 우리 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연구에 이용된 기술로 한 생물체의 그룹 내 질병에 걸린 개체를 찾을 수 있다. 이를 역으로 이용하면 특정 질병에 걸린 세포를 찾을 수 있고 그 질병이 어떤 경로를 통해 감염돼 인간에게까지 왔는지 추적할 수 있다.
해양 생태계는 정보가 별로 없어 연구하는 데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윤 교수는 “오히려 연구할 것이 많아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죠”라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해양 생태학 연구의 몇 안 되는 국내 전문가인 그는 “미국에서 연구했던 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국내에서도 이 분야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힘쓰고 싶어요”라며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