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 하락 후 금융 상황 격변… 한 달의 역사 되짚기

기자명 황보경 기자 (HBK_P@skkuw.com)

8월 초, 미국이 파산 위기에 처했다는 뉴스가 들리더니 지금은 일본의 신용등급마저 하락했다. 고작 한 달 동안 세계 금융은 어떤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인가? 머리 아픈 경제 용어들 하나씩 짚어가며 시원히 풀어내 보자. 해설에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국제금융분야 강은정 연구원이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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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디폴트(Default)라고 불리는 채무불이행은 채무자가 약속한 날까지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이 용어가 최근 뉴스에 자주 등장한 것은 미국이 국채 원리금 지급일이었던 8월 2일에 앞서 자금이 부족해 부채 상환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미국이 이러한 상황에 처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정치권 악화에 신용 추락
부시(George W. Bush) 정권 시절, 과도한 세금감면 정책으로 인해 조세수입은 지속적으로 줄었고 복지부문 등에서 예산을 무리하게 늘림으로써 재정 부담이 가중됐다. 이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 이라크를 상대로 한 전쟁에 대규모의 자금이 들어갔으며, 여기에 지난 2008년 금융권의 붕괴까지 더해 재정 적자는 지속적으로 불어났다. 결국 미국이 발행할 수 있는 채무는 의회가 지정한 한도치에 도달했다.
여기서 잠시. 국채 발행의 한도는 국가 내부에서 조절할 수 있는 것인가? 국가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이에 대해 강은정 연구원은 “미국은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상 부채의 한도를 설정해놓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국은 매년 기획재정부에서 국채 발행액의 한도를 지정해놓으며, 통계에 따르면 올해 계획된 국고채 발행액은 82조 4천억 원이다.
결국 미 의회는 지급일 하루 전인 8월 1일, 국가채무 한도의 상향조정이 포함된 예산통제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채무 한도 증액의 계획에 대해 여야 간 의견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오랜 논의 끝에 공화당의 의견이 크게 반영된 결과로서 ‘2차에 걸쳐 정부 부채 한도를 최소 2조 1천억 달러에서 최대 2조 4천억 달러로 확대하고 향후 10년간 약 2조 4천억 달러의 재정지출을 축소’하기로 했지만 정치권의 소모적 논쟁은 국가의 신용등급을 하락시켰다. 세계 3대 신용등급평가사로 미국의 △무디스(Moody’s Investors Service)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tandard & Poor’s, S&P), 영국의 △피치(Fitch IBCA) 사가 꼽히는데 이들 중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자사 최상 등급이었던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시킨 것이다.

하락의 여파, 하락으로 나타나
기축통화 보유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하자 그 여파는 즉시 나타났다. 강등 이후 처음 개장한 아시아 증시는 한국이 3.82%, 일본 2.18%, 중국 3.79% 하락했으며 이어 유럽과 미주에서도 작게는 영국의 3.39%에서 크게는 브라질 8.08%까지의 하락폭을 보였다.
하락의 원인은 다름 아닌 불안감이었다. 강은정 연구원은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우려가 퍼져 있는 상황에서 신용등급 강등은 위험자산 회피현상을 낳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정지출을 줄이기로 한 결정은 경제가 경색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 연구원은 이에 대해 “미국의 재정지출 감축은 경기회복을 지연시켜 미국의 저성장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환율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비록 달러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고는 하나, 환율 변동은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앞으로의 정책이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강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연준이 QE3를 시행한다면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줄어들어 원화의 화폐 가치는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를 뜻하는 QE는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을 통해 시중 은행에 돈을 풀어 결과적으로 전체 통화량을 증가시키는 정책이다. 돈이 돌면서 수중에 현금이 많아지면 위험을 피하려는 경향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국채 발행이 늘어나 원화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금융위기 때 실시한 양적 완화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해, 시행 여부는 미지수이다. 숫자 3의 의미는 이것이 세 번째임을 뜻하는데 미국은 이미 두 번의 양적 완화정책을 시행한 바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물가상승만을 초래했을 뿐 효과는 미흡했다는 평을 받았다. 강 연구원은 “추가적인 정책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위험 회피 현상으로 인한 자본 유출 때문에 원화는 약세를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 연준이 QE3를 시행할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다.

극과 극 전망 속 진실은?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이 이번 사건으로 더블딥(Double Dip)으로 진입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에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중하락’ 혹은 ‘경기 재침체’로도 불리는 더블딥은 경기침체가 두 번 연속으로 일어나는 것을 뜻하는데 어떤 지표를 보느냐 따라 더블딥의 발생 가능성이 적게는 없을 수도, 많게는 80%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전반적으로 더블딥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미국 신용등급 하락 이후의 국내외 경제』 보고서는 ‘고용사정이 개선 조짐을 보이고 가계 부채 조정도 상당 부분 진행됐다’며 ‘민간 소비가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더블딥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또 한국경제연구원의 칼럼 「부채와 2010년 경제회복 전망의 아이러니」에 따르면 ‘세계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이 경제가 크게 하락하는 상황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기에 더블딥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한다.
최근 한편에서는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유럽의 신용 또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는 등 선진국의 금융시장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세계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실물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가늠하기 이른 상황이다. 수출이 침체되면서 불황이 올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있지만 가시적 변화는 여전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경제 알고리즘이 다음으로 내놓을 답이 무엇인지 흥미롭게 지켜볼 차례다.
 


기사 도우미

*원화 절상압력이라고도 함. 원화 화폐가치의 상승은 수출을 악화시킬 수 있기에 긍정적이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