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오상 편집장 (osyoo@skkuw.com)

곧개강을 앞둔 캠퍼스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방중임에도 교직원들은 어느 때보다도 정신이 없어 보인다. 지친 모습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인사캠 뒷산 너머에서 온 감사원의 감사관 때문이다.
지난 8일부터 4주째를 맞는 이번 감사는 사상 유례가 없는 감사라며 시작 전부터 큰 논란이 됐다. 전국 66개 대학을 대상으로 감사원 인력만 399명이 동원됐다. 교육과학기술부 등 외부 인력도 46명이나 파견됐다. 서울의 주요 대학이 포함됐다는 세간의 소문대로 우리 학교도 감사 대상이다. 사학 법인을 상대로 수차례 감사를 한 감사원이지만 ‘대학등록금’을 집중 감사하는 것은 개원 이래 처음이다. 이번에는 ‘등록금 책정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대학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당찬 감사원의 발표와는 다르게 캠퍼스는 휑하다. 가뜩이나 방중이라 학생들도 없어 허전하다. 감사 때문인지 학교 관계자들의 스트레스는 상당한 듯 보인다. 취재를 하려고 전화를 하면 “감사 때문에 너무 바쁘다”, “사무실에 앉아있을 시간이 없다” 등 괴롭고 힘들다는 표현 일색이다. “대학과 소통하며 감사를 진행하겠다”던 양건 감사원장의 말이 정작 감사 대상자인 학교 관계자들에게는 다가오지 않는 모양이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사립대학을 감사할 권한이 감사원에게 있느냐는 항의의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
사실 2006년에 감사원은 사립대학법인을 상대로 학교의 재정운용실태를 점검한다는 명목으로 감사를 행한 적이 있다. 당시 일부 대학의 법정 전입금 미부담과 비자금 조성 등으로 큰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다. 사학을 감독할 의무가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에도 제도를 개선하라는 통보를 했다. 하지만 그 후 5년 동안 어디서도 개선책이 나오지 않았다. 개선책 없이 5년을 버텨오다 이번에 ‘반값 등록금’이 이슈화되고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니까 어쩔 수 없이 감사원이란 초강수를 두게 된 것이다.
이러니 대학 입장에서는 ‘등록금을 인하하라는 압박이 목적’, ‘대학생들이 들고 일어나니까 이제 와서 학교만 괴롭힌다’란 생각이 들만도 하다. 학생이 오지랖이 너무 넓은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학교의 이런 반응이 전혀 황당하게만 들리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에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도 이정도로 사태가 곪을 때까지 지켜보기만 했던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번엔 감사의 주체로 나서 전국의 대학을 감사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만의 잘못이란 것은 아니다. 이 사태의 빌미를 제공했음을 대학 스스로도 곱씹어 봐야한다. 일부 대학의 방만한 운영과 부정부패는 등록금 문제의 중요한 쟁점 중 하나로 거론돼왔고 실제로 감사원 예비조사에서 상당수 대학이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받았다. 결국 작금의 사태는 대학들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OECD 회원국 중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높은 등록금이 문제다. 게다가 그에 걸맞은 수준 높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지금 대학생들의 절망감을 심화시키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의 대학교육질적수준평가에서 55개 대상국 중 50위에 그친 것만 봐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대학 스스로가 떳떳한 목소리를 내려면 학생들에게 그만한 값어치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지 자문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지난 목요일 교육과학기술부의 한 사무관과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감사원의 감사 얘기가 나왔다. 조심스러운 얘기라고 말을 아끼던 그는 “그래도 너희 학교는 좋은 편이니까 신경 쓸 필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우리 학교 학생으로서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감사를 진행하는 부처의 공무원에게서 대학생인 필자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차라리 잘하겠단 말 한마디가 기분은 더 좋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