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다문화학교

기자명 김원식 기자 (nam3623@naver.com)

여덟 살 정도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한국어 습득이 굉장히 빠르다. 하지만 그만큼 모국어를 쉽게 잊어버린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한국 사회에 동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우리는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 문화를 배우게 함으로써 그들이 사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여기에 의문을 가진 학교가 하나 있다. 바로 지난 2월 24일 개교한 한국다문화학교다.

ⓒ한국다문화학교
한국다문화학교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세워진 다문화 학교다. 다문화 아이들이 공부하던 코시안(Kosian) 스쿨을 기반으로 새 단장했다. 현재 한국다문화학교에는 10개국 54명의 학생들이 △다중언어 과정 △문화예술과정 △방과 후 과정 △다문화 창조성 과정 △대안학교 과정 등을 배우고 있다.
우리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한국 문화를 일방적으로 알려주려고만 한다. 하지만 한국다문화학교는 이에 반기를 들었다. 이 아이들이 앞으로 영원히 한국에서 살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모국으로 돌아가면 모국어가 서툴고 문화와 역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기 때문에 놀림을 받는 경우가 많아 적응하기 힘들고 모국어를 계속 배우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한다.
이에 한국다문화학교는 모국어 교육과 다문화 교육을 중점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현재 한국다문화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국적은 △몽골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으로 다양하다. 언어는 수요가 많은 중국어를 위주로 가르치며 다른 아이들에게는 모국어 대신 모국과 다른 나라들에 대한 다문화 교육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서로의 차이를 인지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한 예로 이곳에서는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 한국다문화학교에는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를 가진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한국다문화학교는 ‘종교는 주일에만’이라는 철칙을 내세우며 여기는 단지 학교라고 말한다. 이곳 아이들은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며 서로가 맞고 틀린 게 아니라 단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배운다.
한국다문화학교에서는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 항상 아이들의 시선에서 생각하고자 한다. 보통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국을 알리는 프로그램은 △경복궁 △국립 중앙 박물관 △민속촌 등의 뻔한 코스로 구성된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곳을 너무 많이 가봐 지겹다는 반응을 느낀다. 때문에 한국다문화학교는 아이들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프로그램을 짜는 데 반영하고자 한다. 얼마 전에는 청계천의 야경을 보고 싶다는 아이들의 말을 듣고 청계천을 견학했다.
한국다문화학교는 다문화 사회의 미래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이곳의 철칙은 한 가지다. 바로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김주연 교무실장은 “만약 미래에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때는 어떻게 해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아이들이 스스로 직업을 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한국다문화학교는 현재 교육청의 인가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김 교무실장은 “현재는 인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졸업장이 나오지 않는다”며 “그러나 이곳 아이들이 졸업해서 다른 한국 학생들과 동등한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포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