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램핑

기자명 서준우 기자 (sjw@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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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킷리스트>에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두 주인공은 죽기 전 하고 싶었던 일을 목록으로 만들어 하나씩 해나간다. 그런데 스쳐 가는 장면 속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하나 있다. 그들이 머무르는 곳은 사자가 어슬렁거리는 야생의 사파리. 그러나 그들은 고급스러운 가구들로 장식된 텐트 속에서 ‘글램핑’을 즐긴다. 대자연 속 덩그러니 놓인 호화로운 텐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글램핑이란 ‘glamorous’와 ‘camping’이 합쳐진 신조어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조금은 불편하고 꾀죄죄한 야영이 아닌 고급스러운 야영을 뜻하는 말이다. 간단히 표현하면 자연을 즐기는 야영의 장점에 호텔의 안락함을 더한 여가방식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개념이지만 2000년대 초 유럽에서 시작돼 북미 지역으로 퍼져 부자들이 찾는 여가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글램핑에서는 일반 야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가능하다. 일상생활과는 단절된 자연의 공간에서 위성안테나를 통해 전 세계의 TV 채널과 편리한 무선인터넷을 맘껏 누리며 장소에 따라서는 △야외 온천 △승마 △카약과 같은 활동을 즐기기도 한다. 일반적인 야영처럼 직접 밥을 지어 먹을 필요도 없다. 편안히 앉아 전담요리사가 해주는 일품요리를 맛보면 된다. 장소도 평범한 교외의 강가나 산지보다는 아프리카의 사파리, 스위스의 알프스산맥과 같이 일반인은 범접하기 어려운 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편안하고 사치스럽기 그지없는 공간을 뚝 떼어 자연 속에 깊숙이 옮겨놓은 탓에 글램핑은 자연을 즐기는 가장 비싼 방식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엔 글램핑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이에 글램핑의 국내 도입 가능성에 대해서 월간 여행 잡지 <여행마인드>의 신수근 편집인은 “우리나라는 아직 서양과 비교하면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 부자들의 사치스런 여가활동이 용인되기 힘들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캠핑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어 오히려 여행객을 모두 수용하기 부족할 정도”라며 글램핑이 아닌 일반 캠핑은 국내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자연과 함께하는 휴가방식인 캠핑이 인기를 얻은 것은 △2000년대 이후 붐을 일으킨 웰빙 열풍 △주 5일 근무제 시행으로 늘어난 여가 시간 △자연주의적 생활방식에 대한 욕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이 시기부터 △등산 △낚시 △여행 등의 수요가 늘고 관광 명소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많아졌다. 우리나라도 글램핑은 아직 생소하지만 자동차를 캠핑장소 바로 옆에 주차할 수 있도록 해 편의를 높인 오토캠핑장이 많이 활성화돼 캠핑의 매력을 느끼려는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그렇다면 정서적인 문제, 캠핑여건의 부족 등으로 아직 글램핑이 시도되기 어려운 우리나라에선 어떤 캠핑문화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까. 신 편집인은 “수요를 맞추기 위한 무리한 개발로 인해 자연경관이 훼손된다면 좋은 캠핑환경이 만들어지기 어렵다”며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캠핑문화를 형성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여가선용의 역사가 짧은 만큼 캠핑의 역사도 짧아 서양에 비해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은 당연지사다.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우리만의 캠핑문화가 자연스럽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캠핑에게 오랜 휴가를 주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