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보경 기자 (HBK_P@skkuw.com)

근처를 지날 때면 껑충 날아올라 다리에 떡 붙곤 하는 곤충이 있다. 등딱지 색이 어두워 땅에 가만히 있을 때엔 눈에 띄지 않다가, 날아오르면 붉은색의 화려한 날개가 도드라지는 이 곤충, 바로 꽃매미다.

농촌진흥청 제공

중국에서 들어왔다고 해서 ‘중국매미’로도 불리는 꽃매미는 매미목 꽃매미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몸길이는 약 1.5cm에 날개길이는 5cm, 매미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울음소리가 없으며 땅속생활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꽃매미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지난여름, 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이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십 년 전만 하더라도 꽃매미는 국내에서 잘 발견되지 않는 희귀종으로 그 원산지는 △중국 △베트남 △인도 등 북위 32도 이남의 따뜻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국내에는 이들이 주로 서식하는 수종이 점차 많아졌고, 그에 따라 꽃매미의 수도 급격히 늘었다. 농촌진흥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포도밭을 기준으로 2006년의 꽃매미 발생 면적은 1ha(헥타르, 1만m2)에 불과했는데 기하급수적인 증식으로 인해 올해 발생면적은 무려 7천4백63ha에 달한다.
만약 꽃매미가 나비나 잠자리 같이 ‘얌전한’ 곤충이라면 급작스런 증식이 크게 문제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4월 말에 부화한 꽃매미는 8월 하순부터 본격적으로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어 나무를 고사시켰다. 특히 꽃매미는 당분이 높은 수액을 좋아하기 때문에 전국의 과수원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또 먹이자원이 한정된 도심에서는 흡즙이 가능한 식물이라면 어떤 것이든 이들의 표적이 됐고 가로수를 비롯해 대학 교정 내 나무들도 대량으로 손상됐다.
그렇지만 꽃매미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도 있다. 꽃매미가 피부에 닿으면 피부병을 생긴다는 설이 있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농촌진흥청 농업해충과 김광호 박사는 “작년과 재작년에 걸쳐 매년 5천여 명의 인력이 꽃매미 퇴치 활동에 투입됐는데 피부병 발생 보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소문이 퍼지게 된 원인에 대해서 “도시지역에는 인구가 높은 만큼 피부가 이물질에 민감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며 “이들에 의해 잘못 확산된 소문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전국은 지속적으로 꽃매미 방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우리 학교 자과캠에서도 방제가 실시될 예정이다. 인사캠의 경우 북악산과 인접한 수선관과 호암관 근처에서 꽃매미가 출몰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피해가 크지 않았기에 방제 조치는 없었다. 반면 인사캠보다 면적이 넓고 교정의 가로수도 더 많은 자과캠은 대량의 꽃매미가 지속적으로 출몰해 방제를 계획 중에 있다. 관리팀(팀장 박희철)의 조경ㆍ식물원 담당 김정룡 과장은 “먹이사슬이 깨질 위험이 있기에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복지회관과 기숙사 주변에만 방제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의 개체 수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천적을 이용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꽃매미의 국내 포식성 천적으로는 까치나 박새와 같은 조류와 사마귀, 침노린재 등이 있다. 또 기생성 천적으로는 좀벌류 등 난기생봉이 있으며 곤충병원성 미생물 B.t.(basillus thuringienisis)에도 살충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광호 박사는 “꽃매미의 발생 면적이 작년 8천3백78ha에서 올해 7천4백63ha로 줄었다”며 “조만간 균형 밀도가 찾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