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시간강사에 교원 지위를 부여, 교원 범주가 교수·부교수·조교수·전임강사·강사로 확대된다. 또 임용기간을 1년 이상으로 정해 학기당 계약으로 인한 고용 불안정성을 줄였다. 시간강사 계약기간이 6개월 미만인 비율은 2010년 4월 기준 94.7%에 달한다고 한다. 일견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를 대폭 개선한 측면도 있지만, 비정교직노조나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강사를 ‘교원 외 교원’으로 규정하는 등 당초안보다 되려 후퇴한 법안이라는 것이다. 대학은 대학대로 아무 지원도 없이 법으로 목을 비트는 식의 접근에 불만이 많다.
  특히 우리가 우려하는 점은 사립대의 경우, 이번에도 정부는 법률 제정 이외에는 별도의 지원 계획을 거의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사안을 시간강사와 대학 당국 간의 문제로 돌리고 있다는 셈이고, 강화된 조건은 오히려 법적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시간강사 수 자체의 축소와 강의 기회의 축소를 예고하는 듯하다. 지금과 같은 미봉책과 법적 구속만으로는 무한 갈등과 새로운 ‘편법’, ‘묘수’만이 다시 대학가를 흉흉하게 할지 모른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최근 십여 년간 해외학자와의 교류가 잦아지고 있다. 생산적인 대화들 속에서 간혹 외국학자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경우를 본다. 말하자면 한국에는 참으로 많은 직함의 교수들이 있어 일일이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수, 초빙교수, 겸임교수, 강의전담교수, 연구교수, HK교수 등등. 모두 시간강사 제도를 미봉책으로 접근해 만들어낸 수많은 ‘묘수’들이다. 어느 나라에나 강사 제도는 있고, 비정규직의 확대가 세계적인 현상이라고는 하나, 한국과 같은 사례는 찾기 어렵다. 이제 ‘교원 외 교원’ 신분의 ‘강사’가 여기에 추가될 듯하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마저 편법과 묘수를 강요하는 사회가 제대로 된 교양인, 사회인을 길러낼 수 없을 것임은 자명하다.  
  반값 등록금이 이야기되고 있는 현재, 개정법률이 시행되더라도 대학들로서는 이 제도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학교 입장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지원이나 사회자원분배에 대한 논의도 없이 이루어진 제도 변화가 상당히 억울할 것이고, 시간강사나 이 제도를 걱정하는 측으로서는 법제정의 당위성과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소출이 별반 없음에 큰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와 사회로부터의 아무 지원없이 등록금은 반값으로 만들면서, 시간강사 제도도 철폐하고, 게다가 양질의 교육환경을 확보하는 일이 가능할까. 스무 평 집에 서재도 갖추고, 잔디도 가꾸고, 나무도 심고, 연못도 파고, 골프장도 짓고, 파라솔도 놓으라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우리는 무엇보다 차제에 대학 제도 및 사회자원분배에 대한 논의가 선행된 바탕 위에서, 시간강사의 문제가 발본적으로 재논의되어야 한다고 본다. 대학에는 교수와 학생 말고는 어떠한 계층이나 권리의 차이도 없어야 한다. 전임교원수의 정당한 확보, 적절한 수의 연구자 후보 조절 등이 그 해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예산과 사회인식의 재고가 확보되어야 한다. 적절한 수의 뛰어난 대학생만이 대학원에 남아야 하고, 그들에 대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지원으로 그 미래를 가꾸어 주어야 한다. 대학에 오직 교수와 학생만이 있고 그 위 아래에 아무 것도 없게 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 없이는 어떤 새로운 제도도 곧잘 묘수와 편법에 으로 귀착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