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오상 편집장 (osyoo@skkuw.com)

현재 세계 인터넷 검색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구글은 지난 1998년에 탄생했다. 속칭 ‘파란 화면’으로 악명을 떨치던 윈도우즈98이 태어난 해와 같다. 역사의 한 획을 긋게 될 이 회사의 사훈(社訓)은 마땅한 아이디어가 없어 그로부터 3년 후인 2001년에나 정해진다. 창업 후 기반 다지기에도 벅찼던 이 회사의 임직원들은 창업자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과 함께 사훈을 정하기 위해 의견을 맞댔다. 그러나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사훈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Don't be evil."(악해지지 말자)이란 제안이 한 직원으로부터 나왔고 그대로 구글의 사훈으로 확정됐다.
당시 구글의 사훈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당시엔 업계 1위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 혐의로 세간의 비판을 받던 시절이었다. 미국 정부는 MS를 2개의 회사로 분할하는 안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한 때 전 세계 젊은이들의 우상이자 영원할 것 같았던 MS는 큰 상처를 입게 됐고 구글, 애플 등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경쟁 기업들은 매일같이 MS를 악의 축인 양 비난했다.
악해지지 말자는 구글의 사훈은 기업경영 곳곳에 스며들었다. 새로운 검색엔진은 검색대상과의 공생을 도모했고 △구글 맵 △구글 어스 △구글 독스 등은 이전까지 비싼 값을 치러야 했던 정보들을 무료로 공개했다. 수십만 원을 내야 MS오피스를 사용할 수 있었던 사람들에게 비슷한 성능에 공짜인 ‘구글 독스’는 신선하고 공정한 기업으로서 구글의 이미지를 부각했다.
최근 구글이 ‘구글 지도’의 상업적 이용에 요금을 부과하기로 해 논란이 일었다. 구글 지도를 무료로 이용해오던 전 세계의 벤처회사와 영세업자들은 이제 천만 원이 넘는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유료업체를 사용해오던 대형 기업들도 구글 지도의 성능에 구글로 갈아탄 지 오래다. 곧바로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럴 줄 몰랐다느니 실망이라니 하는 불만들이 인터넷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핸드폰 단말기 제조업체 모토로라를 인수했다. 이에 무료 공개 OS인 안드로이드도 유료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눈총을 받고 있기도 하다.
사실, 구글은 지난 2009년에 사훈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당장 공짜로 써도 언젠가 값을 치러야 한다. 처음엔 공짜로 제공하던 것도 경쟁이 사라지는 순간 슬며시 돈을 받는다. 당연한 이치다. 구글도 엄연히 영리 기업이다. 그러나 주변엔 아직도 구글만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는 사람이 많다.
독점기업으로 낙인찍혔던 MS도 MS-DOS를 사실상 공짜에 내놓을 당시엔 착한 기업 소리를 들었다. 독점기업 MS한테 괴롭힌 당한다는 이미지를 내세워 기업을 홍보했던 애플도 지금은 소송을 가장 많이 거는 기업 중 하나다. 이제와선 모두 ‘그 놈이 그 놈’이란 소리를 듣고 있다. 이에 래리 페이지는 한 인터뷰에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사훈 하나 때문에 오해받고 있다. 그래서 사훈을 더 이상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 입장에선 당연한 기업의 생리를 비난받는 것이 과하다 생각할 수도 있겠다.
지금 와서 구글의 옛 사훈이 떠오른 이유가 있다. 비어있는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여기저기서 말이 많다. 아직 후보 등록도 안한 사람들이 자신은 다를 것이라며 과한 약속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다 해줄 것처럼 얘기하지만 말했듯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나는 다르다’라는 이미지를 유권자에게 심는 것이 중요한 정치인들이라지만 결국에는 ‘그 놈이 그 놈’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 그쪽의 생리인가 보다. 부디 이번엔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