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성(문정10)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어느 순간부턴가, 교내 주차장에 핑크색 페인트로 칠해진 여성 전용 주차장이 등장했다. 그리고 교내 곳곳엔 여성으로만 구성된 소모임을 만들면 최대 20만원의 활동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총여성학생회의 공지 글이 나붙고 있다. 잘 모르는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지도 모른다. “아~우리학교는 양성평등이 잘 실천되고 있구나.”라고.
그게 사실이었다면 이렇게 장문의 글을 투고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선 이 두 가지 사업 중 여성전용 주차공간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과연 이전에 주차에 성별에 따른 불평등이 있었는가? 주차의 과정은-세세히 논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울 정도 이지만-다음과 같다. 1. 차를 운전해서 주차장으로 간다. 2. 빈 주차공간을 찾는다. 3. 빈 곳이 있으면 그 곳에 주차시키고 없으면 다른 주차공간을 찾아 떠난다. 다시 말해 주차라는 것은 선착순의 개념이지 결코 성별에 따른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남성이 탄 차가 여성이 탄 차보다 더 빨라 주차공간을 모조리 선점해 버리는 게 아니지 않는가. 만약 남녀의 차이가 있다면 대다수의 여성이 남성보다 주차하는 과정을 어려워 한다는 것뿐인데, 이 조차도 항상 들어맞는 진리가 아닐뿐더러(필자의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주차를 더 신속하고 능숙하게 하신다) 사실이라고 쳐도 그렇다면 여성용 주차 공간은 보다 널찍하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아 주차하기 편한 공간에 배정되어야 하는데 현재 여성 전용 주차공간의 위치를 보자면 학교 측이 그러한 점을 배려했다고 보긴 어려운 실정이다. 경영관 맞은편의 주차 공간이 과연 다른 곳보다 주차하기가 편리한가? 수선관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주황색 차량 진입 금지봉의 버뮤다 삼각지대 안에 갇힌 주차 공간은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이와 같은 학교측의 주차 공간 분리는 양성평등을 오히려 퇴보시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여성 전용 주차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것은 여성은 단순 선착순으로 이루어지는 주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류라는 의도를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바람직한 양성평등 지향의 태도라고 볼 수 없다.
두 번째로 총여학생회 주도로 이루어지는 여성 소모임 지원 사업을 논해보고자 한다. 이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학내에서 여학생들이 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여성주의적인 담론들이 폭넓게 살아 움직이게 하기 위해”이다. 취지는 좋다만 이 사업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과연 여성 중심 소모임을 지원금까지 지급해가면서까지 홍보해야하는 것인가’이고 둘째는 ‘지원금의 남용을 제한할만한 장치가 전혀 없다’이다. 우선 교내에서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소모임은 이전에도 자유롭게 창립 가능했다. 만약 여성 중심 소모임이 없거나 활동이 미미해 그것이 더 활발해 지는 것을 바랬다면 단순 홍보 정도로도 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지원금을 내걺으로써 그 의도의 순수성이 더럽혀졌다. 소위 양성 평등 사업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여성들을 교내 소모임에서 주체적인 위치에 서있지 못하는 부류로 매도하는 것이다. 20만 원 가량을 주면서 여성들만 있는 소모임을 만들어야 과연 여학생들의 권리가 향상되는 것인가? 남성과 더불어 지내는 것은 과연 불가능하다는 것인가? 실제로 현재 교내 수많은 동아리 혹은 소모임들 내에서 여성 학우들은 남성 학우들과 공존하며 주체적인 위치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여총의 이번 사업은 그들을 무시한 결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두 번째로 이 ‘지원금’에 대해서 논하기 전에 학교 차원에서 벌인 사업인 ‘어깨동무 지원 사업’을 예로 들어보고자 한다. ‘어깨동무’란 신입생들의 학습 증진을 위해 소규모인원이 자율학습그룹을 만들면 학교측이 10만원 이상의 지원금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지원금은 단순히 학생들의 밥값으로 전락해버렸는데 그 이유는 바로 사용 액수에 맞게 영수증 액수만 맞춰 제출하면 그 사용 내역은 묵인해버리는 제도의 허점 때문이었다. 이번 여성 소모임 사업의 신청서는 그 어깨동무 신청서와 아주 유사한데 신청자에게 단지 구성인원 명단, 구성취지, 활동계획, 예상지원내역서 뿐을 요구할 뿐이다. 따라서 어깨동무 제도처럼 여성 소모임 사업이 취지와는 달리 ‘20만원을 위한 친목 모임’으로 변질 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본인은 이 모든 것이 보여주기식 행정의 폐해라고 본다. 양성 평등을 위한 보다 심층적인 사업보다는 교내를 거니는 사람들이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가시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얻기 위한 사업인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현재 학교 측과 총여학생회는 양성평등보다는 과도한 배려로 인한 역차별과 여성비하적 태도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꼴이다. 또한 돈도 아깝다. 소위 여성용 주차공간을 표시하기위해 쓰여진 페인트값이나 인건비는 어디서 나왔는가? 우리가 지불한 등록금이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학생복지에 쓰여야 할 학교 예산이 시멘트 바닥에 발라진 것이다. 여총의 블로그에 있는 여성 소모임 신청서에는 다음과 같이 나와있다. “소모임 지원금은 성균관 학우들이 모아준 소중한 학생회비에서 지출됩니다.” 그렇다. 우리의 소중한 학생회비가 이런 보여주기식, 여성비하적 행정에 의미없이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나와 같은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이 이러한 행위에 대해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를 정당히 부여해준다고 생각한다.
정치인 안모씨는 연평도가 포격을 당한 뒤 그곳을 방문해 자신이 우리나라의 국방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 정치인인지를 ‘보여주려’ 불에 탄 보온병을 들고 그것이 포탄이라고 운운했다가 온 국민으로부터 비웃음을 샀고 오히려 본인의 무지만 부각시켰다. 이번 소위 여성평등 사업들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여성 평등의 기치를 내건 두 가지 사업이 아이러니하게도 여성평등에 대한 학교측과 총여학생회의 무지만 드러낸 꼴이 된 것이다. 본인은 이러한 사태를 보며 혼자 안모씨가 우연히 성균관대학교 명륜캠퍼스를 거닐다가 핑크색 여성 주차 공간과 벽에 붙은 여성 소모임 지원 사업 공고지를 발견한 모습을 상상해보곤 한다. “이게 양성평등입니다, 양성평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