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은진 기자 (eun209@skkuw.com)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생물자원관이 없는 유일한 국가였다. 이에 국가 차원의 생물자원 보존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 2007년, 국립생물자원관이 국내 최초로 설립됐다. 현재까지도 국립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자생생물을 조사하고 생물자원 확보·연구를 진행 중이며 나아가 생물자원 표본을 전시하고 홍보를 담당한다. 이에 국내 유일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이곳을 직접 찾아가봤다.
기관은 크게 전시교육동과 수장연구동으로 나뉜다. 전시교육동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생물자원에 관한 정보 제공을, 수장연구동에서는 생물자원을 수집하는 일부터 보존ㆍ이용하는 분야에 걸쳐 관리 및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장을 찾았을 때 나들이 온 가족부터 줄지어 소풍 온 학생들까지 다양한 관람객이 전시교육동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 관람객을 뒤로하고 생물자원에 대한 조사ㆍ연구를 접해보기 위해 전시교육동이 아닌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수장연구동으로 향했다.

지민섭 기자 jms2011@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이듯, 생물자원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 생물자원이 얼마나 다양한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수집을 담당하는 연구동에서는 어떤 방법을 이용할까. 수집은 그 범위가 방대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전국의 연구 기관과 협력을 통해 진행된다. 동물자원과 최원영 박사는 “국내 생물자원이 총 10만여 종이라 예상되는 데 비해 현재 발견된 종은 약 3만여 종으로 아직 미비한 수준이에요”라며 “매년 약 900여 종의 생물 종을 발견해 책자로 기록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약 30여 권을 발간하고 있죠”라고 설명했다.
이런 수집은 국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외국과 교류를 통해 그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현재는 △몽골 △캄보디아 △코스타리카 △헝가리 등과 연계해 생물자원을 조사하고 있다. 취재 시 방문한 연구실에서는 연구원들이 큰 것에서부터 작은 것까지 이르는 생물자원을 표본으로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표본 중 북한 생물자원 같이 사정상 구하기 힘든 생물자원도 있었는데 북한 생물자원이 그 중 하나다. 과거에 공산국가였던 헝가리는 당시 북한의 생물자원을 연구해 헝가리 자연사 박물관에 그 표본을 소장해왔다. 그 후 우리나라는 헝가리 자연사 박물관과 공동연구에 착수해 북한 생물자원 200점을 얻을 수 있었다.
연구실을 둘러보고 표본실을 일컫는 수장고로 이동했다. 잘 정리된 수납장 같은 상자 속에 나방 표본들이 빽빽이 줄지어 있었다. 수장고에서는 수집된 생물자원이 특성에 따라 건조 또는 액침* 등의 형태로 보관되고 있었다. 또한 표본의 변질을 막기 위해 항온항습(온도 18~20℃, 상대습도 50%)이 1년 내내 유지된다. 안능호 박사는 “도서관에서 책을 항목별로 나누듯 4백만 점이 넘는 생물표본을 분류체계에 따라 분류해요”라며 “또 표본마다 바코드를 붙여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서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민섭 기자 jms2011@

국립생물자원관의 연구는 이렇게 과거에 비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도 나아갈 길은 멀다. 앞으로 이들은 해외 생물자원 정보 검색시스템 구축, 자생ㆍ외국산 생물 유용성 평가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취재에 동행한 안 박사는 “대부분 사람들은 생물학의 발전이 이미 많이 이뤄졌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생물학 연구를 통해 생물자원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