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보경 기자 (HBK_P@skkuw.com)

지역에 따라 환경이 다르기에 그곳에서 나는 생물 종도 다를 터. 그런데 이 생물을 이용해 이득을 취할 수 있다면? 우리 땅에서 난 것은 ‘내 것’이니 가져가려면 돈을 내라 하기도, ‘모두의 것’이라며 마음껏 공유하기도 어딘가 아쉽다. 과연 어떤 선택이 가장 적절할까?

생물자원이란 △생물체 △유기체 △유전자원 등 직·간접적으로 인간을 이롭게 하는 모든 생물적 구성 요소를 가리킨다. 따라서 현재까지 발견된 대부분의 생물이 자원으로서 가치가 있으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종들 또한 생물자원의 가능성을 가진다.
이에 따라 생물자원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부각됐는데 현재 여러 국가가 자국의 생물 종을 밝혀내고 그것의 정보망을 구축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자국 생물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며 타국이 자국의 생물을 개발함으로써 얻는 이득의 적절한 배분을 요구한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이러한 주권 요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주권으로 인한 연구의 제한은 결국 연구 활동 전체를 경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물자원에 대한 주권은 어느 선에서 주장돼야 하는가?

스티아니스 (팔각) ⓒgeishaboy500

자국의 기술력+타국의 자원
판단에 앞서 한 국가가 타국의 생물자원을 활용한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지난 2009년 멕시코에서 첫 감염자를 낸 신종 플루 바이러스가 국내에 전국적으로 퍼졌을 때 처방약으로 ‘타미플루(Tamiflu)’라는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가 이용됐다.
스위스의 제약회사 로슈 홀딩(Roche Holding)이 특허권을 가진 타미플루는 시킴산(Shikimic Acid)을 화학적으로 가공함으로써 생산된다. 이 성분은 전반적인 고등생물에 포함돼 있지만 특히 스타아니스(Star Anise)라는 목련과 식물의 열매에 25%가량이 함유돼 있기에 타미플루의 개발 당시 이것이 약품의 주재료로 사용됐다. 그런데 스타아니스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팔각(八角)이라고 불리는 이 식물은 중국의 주요 향신료 중 하나로 전 세계 생산량의 80%가 중국에서 재배된다.
생물자원을 활용한 또 다른 예로 라일락의 한 종류인 미스킴라일락이 있다. 사실 이 식물은 국내 토착종으로 북한산 부근에서 나던 수수꽃다리였다. 그런데 1947년 미국의 식물채집가인 미더(Elwin M. Meader)가 정향나무의 종자를 채집해 향기가 진한 나무만을 증식해 개량했고, 당시 함께 있던 한국인 타자수의 성을 따서 그 이름을 붙였다. 현재 미스킴라일락은 전체 라일락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밖에 물리적으로 가장 작은 자원인 미생물 역시 주목받는 생물자원으로서 최근에는 방사능 오염을 정화하는 작용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이승엽 박사 연구팀은 스와넬라(Shewanella)라는 균을 이용해 우라늄의 방사능을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는 「자원환경지질」에 실린 논문을 통해 ‘실험에서 스와넬라균이 용존우라늄의 농도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음이 확인됐다’며 ‘이를 이용해 방사성폐기물 용출물의 지하 이동을 상당히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때 실험에 사용된 스와넬라균은 미국의 균 배양 연구소인 ATCC(American Type Culture Collection)로부터 구매한 것이었다.

미스킴라일락 ⓒnormanack

주권의 두 얼굴
이렇듯 타국의 생물자원을 이용하고 개발하는 일은 시대를 막론하고 있어 왔다. 그런데 이러한 발전이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하기에 기술력을 갖춘 국가들은 전 세계의 자원을 무분별하게 독점하기 시작했다. 이에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는 생물 종의 보전과 생물자원의 활용에 따른 이익 분배를 목적으로 ‘생물다양성협약’이 마련됐다.
지난해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렸던 협약에서는 ‘생물자원의 접근과 이익 공유에 관한 의정서’가 채택됐다. 이 의정서에는 국외 생물자원을 이용해 얻은 특허 수익이 자원 보유국에 분배될 것이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앞서 타미플루의 경우, 중국은 의정서가 발효되는 내년부터 제약사 로슈 홀딩에 판매 수익을 요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미생물을 이용해 방사능 성분을 감소시킨 이승엽 박사의 연구도 만일 특허권을 취득하게 된다면 상황이 비슷해질 가능성이 있다. 특허 이익의 일부를 미생물의 원산지인 미국에 분배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미스킴라일락의 경우에는 종자가 개량된 당시에 생물자원에 대한 국가의 주권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가 수익의 배분을 요구할 수 없다. 이와 비슷한 예로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되는 구상나무를 들 수 있다. 오직 한반도에서만 자라는 수종이었던 구상나무는 1900년경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각국으로 개량된 종자가 퍼져 나갔고 크리스마스트리로 자주 사용됐다. 현재 트리 시장에서 개량된 구상나무의 종자가 활발히 거래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요구할 수 있는 이익은 없다.
한편 생물자원에 대한 지나친 주권 부여를 반대하는 측은 주권이 전체 연구를 축소시킬 것을 우려한다. 국립생물자원관측의 한 연구원은 “타국의 생물자원 이용에 제한이 가해지면 결국 연구 전반에 제한이 생기기 때문에 그만큼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영토가 좁아 자원이 한정된 지역은 특히 ‘반출’이나 ‘주권’과 같은 말을 사용할 때 조심해야한다”며 “우리의 연구 범위를 좁히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생물자원의 가치의 평가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각국은 자국 생물 종에 대한 보호를 더욱 강화해나가는 추세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 종의 발견을 통해 생물 다양성을  실현한다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는 한편, 생물자원의 국경을 뚜렷하게 구분지어 연구의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부작용도 있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적절한 경계를 찾는 것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