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오상 편집장 (osyoo@skkuw.com)

쌉싸름하다, 흙담, 나래, 내음, 손주, 어리숙하다, 걸리적거리다, 끄적거리다, 바둥바둥, 아웅다웅, 야멸차다.
‘자장면’이 ‘짜장면’으로 바뀌면서 같이 바뀐 39개 단어들 중 일부다. 국립국어원은 그 동안 실제 언어생활에서 많이 사용돼 왔지만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한 단어들의 규정을 바꿨다. 짜장면의 경우 이런 단어들의 대표격으로 거론돼왔다. 1986년 외래어 표기법이 생기면서 현지어를 존중한다는 원칙에 의거해 생긴 문제였다. 그 후로 25년 동안 짜장면을 짜장면이라 부르지 못하는 현대판 홍길동전이 돼버렸다.
그 25년 동안 국립국어원은 숱한 반발을 사왔다. 현실에 동떨어진 고집만 내세워 실제 언어생활을 저해한다는 것이었다. 안도현 시인은 동화 ‘짜장면’에서 절대 자장면이라 표기하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인터넷에서는 ‘짜장면되찾기국민운동본부’까지 결성돼 국립국어원에 수차례 항의서한을 전하기도 했다.
국립국어원이 그 동안 비판받아온 주요 사항 중 하나가 이와 같이 현실과 동떨어진 규범만을 고집한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짜장면은 국립국어원의 언어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졌음을 상징하는 단어로까지 자리잡았다.
그 동안 국립국어원은 언어규범의 변화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실생활에서 통용되는 단어와 괴리감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25년간 바꿔오지 못한 신중함도 존중받아야함은 당연한 얘기다.
성대신문이 그 동안의 크기를 버리고 베를리너 판형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신중치 못하다는 비판을 고민하고 새로운 기대와 시선을 토론했다. 신문지의 크기만 줄였다면 감히 국어원이 겪었던 ‘짜장면’을 복권시키기 까지 25년간의 고뇌를 감히 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판형을 바꾸기 위해 했던 고민이 ‘짜장면’의 고뇌보다 컸다고 쉬이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고민했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다른 대학신문보다 여백을 줄이기 위해 매우 노력했다. 상하좌우 여백 3mm, 단 간격 1mm 하나까지 신경 쓰려 노력했다. 종이는 작아지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정보는 작아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강약이 없이 아무 기사나 들어갔다는 비판에 대해 고민하며 기사의 배치를 정형화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놓쳐선 안 됐다. 정보량을 위해 1mm의 간격을 조절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의 내용이라는 것을 말이다.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확대하기 위해 스포츠 면을 새로 추가했고 학우들의 글을 더 싣고자 여론 면을 확대했다. 학내소식을 더욱 깊이 있게 다루고자 기획보도면 또한 강화했다. 단순히 양적인 변화가 아니라 내용을 깊이 있게 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이 모든 변화에서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독자’였다. 어떻게 하면 독자가 원하는 내용을 쉽고 편하게 볼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깊이 있는 기사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해 오랜 기간 고민하고 토론하여 나온 결과물인 것이다.
이미 성적을 알면서도 우편함에 꽂힌 성적표를 열어보지 못하는 마음으로 고백한다. 그동안 꾸준하게 제기된 대학 언론에 대한 독자들의 외면을 부정해왔다. 깊이 없는 기사를 매주 기계적으로 써오며 어느샌가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못한 때도 있었다. 이번 변화는 독자의 외면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극복하고자 하는 첫 발걸음이다. 앞으로 성대신문은 독자의 시선을 외면하지 않고 독자 지향적인 신문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