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시자전거

기자명 서준우 기자 (sjw@skkuw.com)

울퉁불퉁한 산길을 달리는 산악자전거도 등장했고 전기모터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전기 자전거도 개발됐다.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자전거는 계속해서 ‘탈것’이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것을 넘어 자전거를 입는 시대가 찾아왔다. 몇 년 전부터 톡톡 튀는 색깔과 독특한 디자인을 뽐내는 자전거들이 거리를 다채롭게 물들이고 있다. 사람 성격만큼이나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이 자전거들은 ‘픽시’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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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시 자전거(이하 픽시)는 화려한 외관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들이 ‘픽시’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경륜용 자전거에서 유래한 픽시는 픽시드 기어 바이크(Fixed gear bike)의 줄임말로 일반적인 자전거와 달리 변속 기어가 없고 뒷바퀴와 체인이 고정돼 있다. 따라서 페달을 밟는 대로 자전거가 움직이기 때문에 뒤로 밟으면 후진하고 밟지 않으면 멈춰 버린다. 
픽시의 또 다른 독특한 점은 △바퀴 휠 △안장 △전체 프레임 등의 부속품을 직접 조립해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인의 기호에 맞는 부품을 선택해서 자전거를 꾸미는 일이 가능하다. 쇠로 된 몸체에 기름 낀 체인, 검은 바퀴가 연결된 자전거가 아닌 △노란색 바퀴 휠 △초록색 몸체 △흰색 타이어를 가진 세상에 하나뿐인 자전거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매력은 픽시가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자전거’라는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게 해준다.
픽시는 개인의 개성 표출 수단으로서 사랑받고 있는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먼저 환경오염이 심각한 지경에 이른 현 상황에서 공해를 전혀 일으키지 않는 자전거족의 출현은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유행을 선도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전거를 타는 문화가 확산되면 대기오염의 진행속도가 완화되고 혼잡한 교통으로 인한 문제가 다소 줄어든다. 또한 픽시는 여러 개의 개별부품을 조립해 하나의 자전거를 만드는 만큼 각각의 부품이 저마다의 가치를 지니고 있어 재활용될 가능성 또한 크다.
그러나 픽시를 쉽게 생각하고 덤볐다간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픽시를 제동하기 위해서는 페달 밟는 것을 멈추고 뒷바퀴의 마찰을 이용해 정지하는 ‘스키딩(skidding)’이라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 기술은 초보자가 쓰기에는 쉽지 않으므로 자전거가 출시될 때는 브레이크가 장착돼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부품의 최소화로 단순한 형태를 추구하는 픽시의 기본에 충실 하고자 브레이크를 떼어버리고 타는 경우가 많다. 픽시를 잘 다뤄 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브레이크가 없어도 큰 문제가 안 되지만 초보자라면 반드시 브레이크를 사용해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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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픽시는 구하기도 어렵고 조종하는 법도 생소한 탓에 그 매력을 아는 일부 매니아 층의 전유물이었다. 그래서 수요가 적어 부품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경제적 부담도 컸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중매체를 통한 노출과 튀는 것을 좋아하는 젊은 층의 취향 덕분에 입소문을 타고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보급도 대중화돼 예전보다 쉽게 픽시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
픽시의 대중화는 밖보다는 안에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다루기를 좋아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건강한 여가 활동을 선사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픽시 자전거 커뮤니티의 운영자 전용훈 씨는 “그동안 높은 연령층을 중심으로 한 산악자전거 모임이 주를 이뤘는데 픽시가 인기를 끌면서 젊은 층에서도 자전거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같이 타는 모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픽시가 개성의 표출 수단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여가 스포츠로서 건강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달려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