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보경 기자 (HBK_P@skkuw.com)

지난 7월, 안대회 교수(한문)의 『천년 벗과의 대화』가 발간됐다. 이는 100년 전 선비부터 1000년 전 인물까지, 선인들의 문헌을 해석해 그 속에 담긴 가치관을 전달한 것으로 지난 7년간 조선일보에 격주로 연재한 내용을 기본으로 삼았다. 발간 직후 여러 주요 일간지에 소개됐으며 긍정적인 서평이 활발히 올라오는 등 큰 관심을 받고 있기에 안 교수를 만나 저술의 뒷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황보경 기자 hbk_p@

■ 7년여간의 저술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모든 고문헌이 고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전에는 인간의 독특한 경험이 들어 있어야 하고 시대를 초월한 사람들이 그것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발견하는 것 자체가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짧으면 몇 시간, 길면 몇 달 동안 문헌을 읽어도 단 한 편의 고전도 못 찾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짧은 글 하나가 무척 감동적이었던 적도 있다. 그렇지만 좋은 고전을 발견했을 때의 쾌감은 매우 컸다.

■ 특히 인상적이었던 일화
시대의 통념을 거스르며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행동을 몸소 실천한 이익 선생, 심대윤 선생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과거에는 잔치 때 좋은 음식을 베풀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이익 선생이 친척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내놓은 음식은 단출한 콩 요리 세 종류였다. 또 당시 양반은 노동이라는 것을 천박하게 여겨 학문 이외엔 절대로 하지 않았는데 명문가 후손이었던 심대윤 선생은 형제들과 직접 소반(작은 밥상)을 만들어 생계를 꾸렸다. 왜 그랬을까?
이들은 노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따라서 남의 노동으로 얻은 음식물을 낭비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당시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양반의 노동을 몸소 실천했던 것이다.

■ 고전을 통해 대학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많은 학생들이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불안한 심정임을 이해한다. 그러나 과거의 사람들 역시 그 미래가 불투명했다. 예를 들어 심대윤 선생은 집안이 몰락하는 바람에 절대로 벼슬을 할 수 없었고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는 것이다. 선인들은 미래에 맞서는 방법 자체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소반을 만들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던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지금의 문제로만 생각하지 말고 과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삶을 긴 호흡으로 보길 바란다.

■ 앞으로의 저술 계획
올 하반기에는 19세기 희곡인 『북상기』와 정조의 어록 가운데 정치와 관련된 내용을 모아 놓은 『정조치세어록』의 번역본이 출간될 예정이다.
또 인터넷상에서 두 명의 교수들과 함께 인문학에 관한 저술을 연재해 네티즌과 공유해왔다. 이를 위해 매주 원고지 30매 분량의 글을 썼는데 평가는 좋기도, 나쁘기도 했다. 이들을 모아 내년 상반기에 출간할 예정이다. 고생한 만큼 좋은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