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은진 기자 (eun209@skkuw.com)

‘수학’이라는 단어를 한번 떠올려보자. 어떤 느낌이 드는가? 흔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느낌이 든다고 하겠지만 아마 감성적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수학이라는 학문이 이성적인 면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면을 필요로 한다면, 수학의 감성적인 측면이 너무 추상적이고 어려워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측면이 발달한 것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9월 1일, 숭실대에서 진행된 ‘감성의 학문, 수학’이란 강의에서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김홍종 교수는 우리가 쉽게 떠올리기 힘든 수학의 감성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라고 대답한다. 김 교수는 이 학생들이 수학을 좋아하는 데 특별한 이유가 없는 원인을 수학의 ‘감성적인 부분’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친근하게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수학을 접할 때 감성적인 면이 발달하지 못해서라고 설명했다.

수학대중화사업단 홈페이지

그럼 수학에서 이성적인 면은 무엇이고 감성적인 면은 무엇일까? 여기서 이성적이라는 것은 단계적인 사고 과정을 말한다. 이를 통해 타인에게 자신이 이해한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다각형으로 규칙적인 문양을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그 문양의 수는 무한히 많을까? 전문가들이 밝힌 바로는 모두 8가지였다고 한다. 이때 정다각형으로 만들어진 모든 문양이 8가지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성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정다각형으로 규칙적인 문양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와 같은 생각을 떠올릴 때는 감성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다시 말해 위와 같은 생각을 할 때는 규칙을 발견하고 추론해내는 직관적인 면이 부각되는데 바로 이를 수학의 감성적인 면이라 하는 것이다.
수학의 감성적인 면은 추상적이고 애매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것은 약 400년 전 인물인 데카르트도 마찬가지였다. 수학을 감성적으로 다가가기에 어려움을 느낀 데카르트는 누구든지 배울 수 있는 수학을 실현하기 위해 대수적인 방법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점을 좌표상에 옮기고 기하학을 수량화하고 도형을 방정식으로 바꿈으로써 이성적으로 수학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직관적인 측면에서 수학을 바라봤을 때 도출해내기 어려운 부분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즉 기계적인 과정에 의해 답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는 조금 더 쉽고 단계적인 사고로 수학에 접근하고자 했던 데카르트의 의도였다. 그 결과 과학이 발전하는 데 성공적이었지만 이성적인 부분을 너무 발전시킨 나머지 수학의 본질인 감성적인 면모를 떨어뜨렸다는 평을 받았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에게 직관, 즉 감성적인 면을 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김 교수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갈릴레이, 드 모르강 등과 같은 수학자들 또한 한결같이 중요성을 외쳐온 부분이다. “어떤 것을 배우고 설명하는 데 있어서는 이성적인 면이 필요하지만 그런 것들을 발견하는 데에는 감성적인 면이 필요함을 뜻해요”라고 그는 말했다.
어떤가. 김 교수의 강의를 통해 수학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부분만 존재할 것이란 오해가 어느 정도 풀리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이제 마음을 달리 먹고 수학에 다가가 보자. 우리가 지금까지 바라본 수학의 모습은 단편적인 것에 불과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