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보다 푸른 재활용
재활용보다 푸른 재활용
  • 정재윤 기자
  • 승인 2011.10.06 18:38
  • 호수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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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Upcycle)

바야흐로 ‘쓰레기’를 소비하는 시대가 왔다. 고물상이나 재생종이를 떠올렸다면 미안하지만 낡은 생각은 이제 접어둬야 할 것 같다. 지금부터는 ‘업사이클(upcycle)’이 당신의 생활을 움직일 테니 말이다. 리사이클의 왕좌를 물려받을 샛별, 업사이클에 대해 알아보자.

ⓒPeter Wuermli

유럽 젊은이들 50명 중 1명은 가지고 있다는 인기 가방이 있다. ‘프라이탁(Freitag)’이란 브랜드의 이 가방은 겉만 봐선 모를 독특한 점이 있다. 못 쓰는 트럭용 방수 천과 자동차 안전벨트를 이용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원자재는 폐품이지만 그 가격은 상상 이상으로 콧대가 높고 매니아 층이 두터워 인기가 폭발적이다. 한편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 피트 하인 이크는 ‘자투리나무’라는 뜻의 스크랩우드(scrap wood) 작품으로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철거되는 집과 공장의 폐목을 조각보처럼 이어 붙여 가구를 만든다.
위 제품들은 일반적인 재활용 사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재활용은 다운사이클과 업사이클로 분류되는데, 대부분의 재활용은 다운사이클에 해당한다. 다운사이클은 재활용으로 생산된 제품이 본래의 제품보다 더 낮은 가치를 갖는 것을 말한다. 다 쓴 페트병을 모아 재생 플라스틱을 제조하거나, 늘어난 티셔츠를 걸레로 활용한다면 다운사이클의 예다. 그에 반해 업사이클은 재활용을 거쳐 가치가 더 높은 물품을 재창조한다. 말 그대로 업사이클이란 업그레이드된 재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재활용은 이제까지 환경친화적 시스템이라고 인식됐다. 그러나 『요람에서 요람으로』의 저자 미하엘 브라운가르트는 단순한 다운사이클 재활용은 환경보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한다. 가치 있는 자원으로 질이 낮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무덤, 즉 쓰레기가 되는 시간을 연장해 주는 것일 뿐 환경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쓰레기가 될 제품이 아닌 지속적으로 재사용 가능한 제품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로 업사이클이 이에 해당하는데, 업사이클 제품은 재활용 과정을 거친 후에 오히려 제품의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아직 업사이클의 시장 규모는 작다. 우리나라에서 업사이클 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은 약 4개에 불과하다. 폐 현수막으로 가방을 생산하는 업사이클 기업 ‘터치포굿(Touch 4Good)’의 박미현 대표는 “업사이클에 대한 구체적 자료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업사이클의 현황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업사이클이 아직 대중화되지 못한 이유로 재활용품은 저렴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꼽았다. 그녀는 “공장에서 대량생산 되지 않아 생산비용이 높다”며 “업사이클 제품을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하나의 수공예 제품으로 보는 인식이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부 환경보호주의자들은 소비를 줄여야만 환경 피해가 감소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에게 소비는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으로는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이에 업사이클 제품은 일상적인 소비를 하면서도 환경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보다 쉬운 방법이 될 수 있다. 소비는 죄악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제품의 가격이나 디자인 외에도 그 의미까지 함께 고려하는 ‘이성적인 소비’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 당신의 합리적인 선택은 업사이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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