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케치 - 함께걸음 의료생협

기자명 권정현 기자 (kwon@skkuw.com)

실제 의료생활협동조합은 얼마나 잘 운영되고 있을까? 전문가의 추천을 받아 한 곳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조합원의 활동이 활발하고 진정으로 ‘주민 참여형’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함께걸음 의료생활협동조합’을 찾아갔다.

지난 28일 노원구 상계동에 자리한 함께걸음 의료생협을 찾았다. 함께걸음 의료생협은 △한의원 △요양센터 △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통시장인 상계중앙시장 안에 있는 함께걸음 한의원은 주변 분위기와 잘 어우러졌다. 강봉심 사무국장은 한의원으로 향하는 길에 만나는 시장 상인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눴다. 허울만 좋은 게 아니라 진정으로 지역사회에서 일정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함께걸음 한의원이 들어선 건물은 작고 허름해 보였지만 엘리베이터가 운영되고 있었다. 강 사무국장은 함께걸음 의료생협은 다른 의료생협보다도 더욱 장애인 건강권에 관심이 많아서 꼭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에 입주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문턱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진료용 침대 높이까지 낮췄다.
건강실천단의 짜지 않은 국수양념장 만들기 ⓒ함께걸음 의료생협

한의원 안은 의료진과 진료를 받으려는 조합원들로 분주했고 서로는 이웃사촌처럼 반갑게 인사했다. 함께걸음 한의원에서는 비조합원도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현재 수익의 60% 정도가 조합원의 진료에서 나온다. 지인의 소개로 조합원이 됐다는 강경표 씨는 무엇보다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의료생협을 이용한다고 한다. 강 씨는 “요즘 의료사업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지나치게 상업화됐는데 의료생협이라면 사람을 돈으로 보지 않겠다는 믿음이 있어요. 우리 한의원 같은 경우에는 모두 친환경 유기농 약재만을 쓰거든요. 요즘 약재 출처가 모호한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믿고 먹을 수 있으니 좋죠”라며 좋은 점을 얘기했다.
상계 중앙시장에서 진행된 건강체크

조합원들이 추가로 조합비까지 내가면서 의료생협을 이용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강 사무국장은 “조합원에게 오는 혜택은 수치로 단순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일단 의료생협 병원을 이용하면 아프지 않아도 언제나 건강 상담을 할 수 있는 이웃 같은 주치의가 생기게 된다.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가 지나치게 사무적이고 피상적으로 변한 현대사회에서 내 건강을 누구보다 잘 알아주는 의사가 있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건강 소모임 활동을 통해 자신이 주체의식을 가지고 건강을 가꿀 수 있다. 현재 함께걸음 의료생협에는 △건강 실천단 △걷기 소모임 △산행 소모임 등이 운영되고 있다. 조합원들은 소모임 활동을 통해 다른 조합원들과 함께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한다. 강 사무국장은 “의사는 조력자일 뿐 내 건강의 주체가 아니라”며 “내 생활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지역주민 사이의 유대감 형성을 위해 체육대회, 일일호프와 같은 친목 도모 행사도 진행한다.
상계5동 동네조합원모임 회의

이 모든 과정에서 함께걸음 의료생협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주민 참여다. 의료생협의 주인은 의사가 아니라 조합원들이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마을 별로 ‘동네조합원모임’을 조직해 의료생협 내의 중요사항을 함께 논의한다. 두 달에 한 번 열리는 동네조합원모임에서 논의된 내용은 조합원과 근무자로 구성된 이사회와 총회로 넘어가서 한 번 더 논의한 뒤 결정된다. 조합운영의 민주성과 조합원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원칙이라고 한다. 조합 살림에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고 실제로 그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다. 조합원이 △출자 △운영 △이용의 세 가지 역할을 모두 하는 셈이다.
이처럼 의료생협은 진료와 치료를 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예방과 건강유지의 목적이 더 크다. 더불어 이들은 지역 공동체의 유대감 강화와 진정한 보건 복지의 실현을 소망한다. 강 사무국장은 “의료생협 활동은 단순히 좋은 병원을 하나 더 만들자는 것이 아니에요”라며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고 생활인 거죠”라고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