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분위기 속 연애에서 자유연애의 보편화로

기자명 유영재 기자 (ryuno7@skkuw.com)

남녀의 만남. 즉 연애라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상상만으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그 개념은 시간이 흐르면서 다소 변화하기는 했지만, 편지로 설렘을 교환할 수밖에 없었던 20세기 초의 연애부터 ‘즉석 만남’으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일회성 만남까지 남녀 간의 만남은 인간의 삶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존재해 왔다. 그렇다면 만남의 개념과 형태는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화돼왔을까?

국내 도입 초기의 기형적 연애
먼저 우리나라에 근대적 연애의 개념이 언제 그리고 어떻게 도입됐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할 수 있다. 남녀칠세부동석 등 흔히 생각하기에 보수적으로 형상화된 조선 후기의 남녀 관계가 근대적 의미의 연애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자.
권보드래의 「연애의 시대」에서 지은이는 조선에서 연애라는 개념이 일제 시대인 192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고 본다. ‘연애’라는 단어 자체도 서양의 ‘Love’를 번역하며 등장한 것이었고, 완전한 개인으로서 서로의 감정을 교환한다는 것 역시 근대 서구에서 탄생한 개념이었다.
상황이 전혀 다른 사회에 도입된 연애는 당시 서양에서 행해지던 그것과는 다른 변형된 형태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개념은 존재했으나 그 상대가 존재하지 않았다. 주로 번역서를 통해 개념을 접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남성이었고, 그들에게 연애의 대상은 신식교육을 받은 소수의 ‘신여성’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당대의 분위기도 남녀의 접촉에 보수적이었다. 조선 사회는 연애와 결혼이 분리된 사회였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에는 소수의 연애만이 존재했으며 그마저도 편지 등의 소극적인 방법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부킹호프·이음 등 최근 트렌드 다양화
오늘날 남녀 간의 만남은 일회성, 편리성 등으로 특징 지을 수 있다. 미팅을 포함한 소개팅, 번개팅 등은 이제 고전적인 만남이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만남의 통로가 다양해져 입맛에 따라 원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맥주를 파는 호프집에서 남녀 손님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이른바 ‘부킹 호프’가 손님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주로 남성 손님들이 합석을 신청하고 이를 여성 손님들이 승낙하면 합석이 이뤄지는 형식이다. 초기에 서울의 대학가에서 시작된 부킹호프는 급속도로 인기를 끌며 프랜차이즈까지 등장해 지방 체인점 또한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만남을 주선하는 이음, 코코아북과 같은 사이트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음의 경우 이용자 수가 13만 명을 넘을 만큼 많은 젊은이들의 관심사가 됐다. 이러한 사이트들은 기존에도 존재하던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에서 한 단계 발전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우선 사이트에 가입하는 데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으면서도,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프로필을 작성해야 가입이 승인될 수 있다. 수많은 가입자들의 프로필을 운영진이 수동으로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가입이 되면 프로필을 바탕으로 사이트 운영진이 하루에 일정 수의 이성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서로 호감을 표시한다면 연락처를 주고받고 오프라인으로 만남이 성사되는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만남 방법에 대해 대학생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학생 김보명(20) 씨는 “서양처럼 처음 만나서도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인맥도 형성할 수 있는 만남이 활성화되는 것이 좋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학생 김태욱(21) 씨 역시 “일부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의미가 변질될 수도 있겠지만 이성 간의 만남 방식이 다양화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요즘의 만남은 일회성이 짙은 형태로 인식되고 있고 이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일회성만이 오늘날의 만남을 규정짓는 표제어는 물론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창업한 이후 이음 사이트를 통해 결혼 소식을 전해 온 커플만 16쌍으로 집계되고 있다. 현대의 만남은 단지 과거와는 달리 자유연애가 보편화됐을 뿐만 아니라 그 방식도 개개인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