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권정현 기자 (kwon@skkuw.com)

첫 만남은 설레고 떨린다. 연애의 초반, 그 남자는 시도 때도 없이 내 머릿속에 들어온다. 밤잠도 설치고, 그와 함께 하고 싶은 일 리스트는 공책 한 권 분량이다. 그러나 처음 그 때의 설렘이 일정하게 지속되지는 않는다. 연애는 굴곡을 겪어 조금씩 지치고 싫증이 나기도 하고, 또 다시 사랑을 재확인하기도 한다.
어느덧 2학기도 중반을 지나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더불어 성대신문 2학기 발간일정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겨우 기자로서 두 번째 학기를 보내고 있을 뿐인데 벌써 나는 예전의 열정과 의욕을 잃은 채 기계적으로 일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마치 연애의 중반단계에 접어든 연인처럼 성대신문에 대한 나의 애정은 떨림과 설렘에서 조금씩 익숙함으로 변해버렸다. 기자로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하나둘 좌초됐고 그와 함께 내 의욕도 줄어들었다. 내일 회의시간에 논의할 기획 때문에 떨려서 밤잠까지 설치던 새내기 기자의 모습은 어느새 지워졌고 내일도 길게 이어질 회의에 한숨이 먼저 나왔다.
그리고 중간고사를 맞았다. 2주간의 휴간기간 동안 신문사 일은 잊고 맘껏 시험공부를 할 수 있었다. 틈틈이 친구와 여가를 즐길 수도 있었다. 고민도 걱정도 없이 공부하고 취재 때문에 긴장할 필요도 없었다. 시험기간이 끝나고 다시 시작될 신문제작이 두려웠다.
오지 않길 바랐던 1515호를 만들 시간은 돌아왔고, 부서기사에 더해 특집기사까지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나를 짓눌렀다. 나는 또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내기 시작했다. 간만의 편집회의는 어느 때보다 길었고, 그 다음 날부터 하루도 쉴 틈이 없이 취재를 다녀야 했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인터뷰 승낙을 받아내고 먼 길을 가서 취재를 했다. 해야 할 일들을 다 해치우고 나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스스로를 토닥토닥하며 유능한 기자라고 자화자찬했다. 바쁘고 힘든 일이 주는 보람은 휴간주의 휴식보다 훨씬 매력적이었고 성대신문 기자가 되길 잘했다고 또다시 생각했다.
내 일상의 반 이상, 아니 대부분을 차지하는 성대신문은 내 남자친구다. 연애에도 굴곡이 있다. 그와 나의 연애는 잠깐의 위기를 맞았지만 우리는 다시 사랑한다. 잠시 해이해졌던 마음을 다시 잡고 열렬히 그를 만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