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평론가 김창남 교수 인터뷰

기자명 정재윤 기자 (jjjj67677@hanmail.net)

정송이 기자 song@
‘딴따라’. 대중문화인들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다. 김창남(성공회대) 교수는 딴따라의 편견을 넘어 대중음악의 주체화를 꿈꾸는 인물이다. 문화평론가로 활동하며 한국대중음악학회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7년째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 ‘음악인’이기도 하다. 통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이 잘 어울리는 김 교수를 책 내음 가득한 연구실에서 만났다.

정재윤 기자(이하 정) 한국대중음악상을 창설한 목적은
김창남 교수(이하 김) 한국 대중문화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방송매체와 거대 기획사가 장악하고 있는 몇몇 주류 음악이 시장, 그리고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중은 인디 음악을 들을 기회가 없고, 인디 음악가들은 먹고 살며 음악을 하는 기반을 가질 수 없다. 대중이 지극히 한정된 음악만을 접한다면 장기적으로 대중문화의 창조적 활력은 저하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해결방법을 고민해봤다. 현재 대부분의 시상식은 음악의 상업적 성공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른바 주류음악이 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상업성이나 시장의 성패와는 무관하게 음악적 성취와 참신성에 가치를 두는 시상식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뛰어난 비주류 음악이 조명을 받고, 대중에게 알려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고 바랐다. 그래서 뜻있는 음악 관계자들이 모여서 2004년 한국대중음악상을 만들게 됐다.

정 왜 아이돌 댄스그룹이 우리나라의 주류 음악이 됐을까
김 90년대 이후 대중문화 전반이 그렇지만, 십대들이 대중음악의 가장 큰 소비자로 떠올랐다. 음반 제작사들은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장 적극적인 소비자인 그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아이돌이라고 하는 십대 음악이 시장의 주류가 되고, 방송은 시청률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부추겼다. 그러다 보니 성인 계층은 음악 시장을 떠나게 된다. 음반도 사지 않고 음악방송도 보지 않는 그들은 노래방으로 간다. 성인계층은 굳이 새 음반을 사기보다는 노래방에서 과거의 노래를 부르면서 대중문화에 대한 욕구를 배출하는 것이다. 점차 성인계층의 음악을 창조하는 음악가들은 활동을 안 하게 되고, 시장에서는 성인계층을 위한 새로운 창작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정 요새 한류 열풍이 거세다. 그런데 한류도 사실 주류 음악만의 축제가 아닌가
김 케이팝이 주목받는 현상이 뭘 의미하는지 뜯어볼 필요가 있다. 아이돌 그룹이 유럽 젊은이들의 관심이 되는 건 사실이다. 십 대 청소년을 몇 년간 합숙하고 교육시키면서 만들어내는 아이돌 그룹의 퍼포먼스는 서양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유럽의 시각에서 그것은 인권유린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한류를 상품의 수출로 보는 경제적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는 상품이지만, 상품이기 이전에 인간 삶의 방식이고 창조성의 원천이다. 그런데 그것을 돈이라는 잣대로 보는 건 한류의 지속성과 생명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한류와 관련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돈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한국인의 자아와 친(親)서구적인 자아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시아인이라는 자아는 가지고 있지 못했다. 특히 아시아의 한류를 ‘아시아적 문화 정체성으로의 환기’ 로 보는 시각이 필요한 것 같다.

정 대중문화라고 하면 상업성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시선이 많은데
김 주류 대중문화는 상업성을 우선시하지만, 대중문화 전체가 그런 건 아니다. 물론 대중문화가 상업적이라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돈 많이 벌고 잘 파는 것만이 상업성은 아니라는 뜻이다. 백 장밖에 안 팔리는 음반이라도 일단 시장에 나와 있으면 상업적인 제품 아닌가? 단순히 ‘돈’의 문제로 보면, 순수예술이 더욱 상업적인 것일 수 있다. 대중문화의 상업적 측면을 부정하면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해야 한다.

정 이제 더 이상 대학문화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대학문화에 남은 가능성이 있을까
김 한국사회에는 십대 문화가 있고 기성세대 문화가 있는데, 그 중간에 청년세대 문화는 없다. 십대문화와 기성문화는 표면적으로는 반목하고 있지만 사실은 공생관계다. 십대 문화와 기성문화 사이에서 대학생은 주변부의 타자이다. 대학 자체가 취업 관문으로 전락하면서 많은 학생들이 스펙 쌓기에 골몰하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이 현실을 방관하고 스펙 쌓기만으로 자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소수의 승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청년들은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를 근원적으로 고민하고 시스템 자체를 바꾸려는 모색이 필요하다. 그것이 대학생들의 진지한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고, 그를 통해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대학생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자신의 목소리로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이 성찰적 대안 모색을 함께하는 창조적 공동체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 문화는 기성의 주류 문화와는 달라야 할 것이고, 대학생다운 젊은 에너지와 새로운 창조성과 진보적인 의식 등을 담아내야 할 것이다. 대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면 지금 시대에 맞는 능동적 청년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정 우리나라의 대중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김 앞서 언급했듯 새로운 시대의 청년문화가 필요하다. 이 시대의 청년문화는 80년대적 진보와 민주화에 대한 열망도 아니고, 서태지 이후 90년대적 개인주의와 욕망도 아니고, 그 중간 지점에 있을 것 같다. 개인의 주체적 욕망 발현과 사회 전반의 진보적 변화를 함께 아우르는 접점이 있지 않겠는가. 그곳에 청년세대의 문화적 지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양극화된 주류 문화만 있을 뿐이다. 이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문화 다변화를 통해 그 내부에서 경쟁과 통합이 이뤄져야 하므로 문화적 다양성의 확보가 현재로선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런 문화적 다양성을 위해서 청년문화의 정립과 형성이 필요하다.

정 ‘더 숲 트리오’라는 포크송 밴드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계신다
김 나를 포함한 성공회대 김진업, 박경태 교수가 한솥밥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모인 것이다. 더 숲 트리오라는 이름은 신영복 선생님이 쓰신 글에서 따와 ‘더불어 숲이 되어 하나가 되자’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옛날 7080 노래를 부르는데, 신영복 선생님과 함께 전국일주 공연을 하고 있다. 일주를 하면서 각 지역의 시민 단체들과의 자리를 만들어 우리 사회의 발전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우리의 공연은 음악 활동이라기 보단, 교수들의 딱딱한 강의가 아닌 부드러운 방식으로 청년세대와 시민들을 만나서 뜻을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린 어디까지나 아마추어다. 이 활동을 계기로 젊은 친구들과 만나 함께 사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봤으면 좋겠다.

정송이 기자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