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영화배급사 Flick Launch

기자명 정재윤 기자 (jjjj67677@hanmail.net)

날씨 좋은 주말, 영화를 한 편 보기로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팝콘 한 통을 들고 자리에 앉는다. 흥미진진했던 영화가 끝나고 여운에 빠진 당신은 영화관에서 걸어 나올 필요가 없다. 단지 ‘페북’에서 로그아웃만 하면 된다.

ⓒmcdordor2001
지난 3월, 미국에서 한 영화 배급사가 문을 열었다. 회사의 이름은 ‘플릭론치(Flick Launch)’. 헐리우드의 나라 미국에서 영화 배급사가 하나 더 생긴들 무어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지만, 플릭론치에는 지금까지의 영화 배급사와는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 영화가 개봉하는 장소가 극장이 아닌 페이스북이라는 것이다.
영화 배급은 제작자가 플릭론치로 동영상을 전송하면, 페이스북에 영화가 업로드되는 방식이다. 온라인에서 상영하는 영화라고 해서 간단한 UCC 동영상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플릭론치의 상영작들은 G(전체 관람가)부터 NC-17(17세 미만 관람 불가)까지의 등급이 붙은 2시간여 분량의 ‘진짜’ 영화들이다. 장르도 범죄 스릴러부터 공포영화, 환경 다큐멘터리까지 다양하며 관람객들은 1에서 5달러를 지불하고 7일 동안 자유롭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영화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것은 플릭론치 서비스의 백미이다. 제작자는 자신의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관람객의 수를 지정하는데, 선착순 순위 안에 ‘좋아요’ 버튼을 클릭한 사람은 무료 영화를 즐기는 것이다.

플릭론치는 SNS의 장점인 파급력을 살려 독립영화 제작자들이 관객을 확보할 수 있는 소통구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영화 스크린은 2200여 개이지만 그 중 독립영화 전문 스크린은 3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실제로 독립영화를 접하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야만 하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온라인 상영관이 존재하나 플릭론치는 그와는 전혀 다른 시스템이다. 온라인 상영관은 직접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아서 상영관에 접속해야만 영화를 볼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에서는 지인을 통해 정보가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와 영화가 홍보된다. 영화의 배급뿐 아니라 홍보에서도 SNS가 톡톡히 제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플릭론치의 영화 관람료 가운데 70%는 제작자의 몫인데, 이는 일반 극장이 수익의 50%를 분배받는 것에 비해 독립영화 제작자들의 재정적 자립에 도움이 된다. 제작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를 지불하며 7억 명 가량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잠재적 관람객으로 둘 수 있는 것이다.
플릭론치의 공동창립자이자 CEO인 크레이그 태너(Craig Tanner)는 “많은 독립영화가 안정적인 배급처가 없고 마케팅 예산이 부족해 대중들에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플릭론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즉각적인 해결책”이라고 외신을 통해 말했다. 플릭론치는 현재 7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있으며 스마트폰과 아이패드의 어플리케이션도 서비스 중이다.
바야흐로 SNS는 현재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됐다. 단순한 인맥관리 서비스의 차원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시대를 연 것이다. 앞으로도 플릭론치와 같은 SNS 기반 영화 사업은 소수 거대 기업이 독점하던 영화 산업에 다양성과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SNS라는 손잡이를 통해 독립영화 르네상스의 문이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