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 감독 김 환 인터뷰

기자명 엄보람 기자 (maneky20@skkuw.com)

김 환 감독, 사진 김지은 수습기자
엄보람 기자(이하 엄) 어떤 계기로 뮤직비디오 감독이 되셨는지 궁금해요
김환 뮤직비디오 감독(이하 김) 고등학교 때부터 쭉 밴드 활동을 했어요. 대학에 가서도 수업 들은 기억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매일같이 홍대 쪽을 떠돌면서 초창기 노브레인, 크라잉넛 멤버들 사이에서 음악을 하는 게 좋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영상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일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엄 그래도 궁금증이 안 풀려요. 음악사랑은 밴드 활동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나요?
 음악을 하다보면 “우리도 뮤비 찍자”같은 얘기가 꼭 나와요. 큰 회사 가수들에겐 당연한 거지만 인디 밴드들에겐 좀 힘든 일이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저비용으로 제작한 멋진 외국 뮤비 몇 개를 발견했어요. 이정도면 찍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밤낮으로 연구했어요. 주위의 음악 하는 동료들을 마루타 삼아 캠코더로 찍으며 시작한 게 지금은 오히려 본업이 됐네요.

엄 현재까지도 밴드 ‘쟈니 로얄’의 리더인데, 음악활동이 작품에도 영향을 끼치나요?
 영상에 관심이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뮤직비디오가 아니었다면 찍어볼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 음악을 워낙 좋아했고 오래했잖아요. 어릴 때부터 음악관련 영상을 무수히 봐왔기 때문에 소리의 시각적 표현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해봤죠. 뮤직비디오 제작에 있어 나만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거란 확신이 생긴 것도 밴드 경험 덕분인 것 같아요. 

엄 감독님만 잘할 수 있는 것, 지금은 찾으셨는지 궁금해요.
 한국 사람에게 나름의 분위기와 습성이 있듯이, 저도 강한 음악을 오래 하다 보니 몸에 뱄나 봐요. 주로 역동적인 영상들을 만들게 되더라고요. 주위 분들도 확실히 제 영상에선 리듬이 느껴진다고 말하곤 해요. 어릴 때부터 수천 수 만 장의 락앨범을 듣고, 무대공연을 천 번 이상 한 것이 제 작품에 개성을 줬나 봐요. 
엄 사흘 동안 두 시간 주무셨다는데, 육체적 강행군 외의 고충은 뭔가요?
 뮤직비디오는 정말 짧은 기간 안에 만들기 때문에 자면 데드라인을 넘겨버려요. 다하고 자야죠(웃음). 몸 고생은 그렇다 치지만 상업과 예술의 경계에 서있어야 하는 직업이라 힘들어요. 큰 회사와의 작업에는 가수의 이미지 변신이나 약간의 과장 등의 요구가 따르거든요. 제가 분명히 표현하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에요. 홍보의 성격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난감할 때가 많아요.

엄 가장 기억에 남는 뮤직 비디오나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노브레인과는 오랫동안 함께한 동료라 서로 부담이 없어요. 작년 여름인가, 엄청 더운 날에 ‘언젠가 스케이트장에서 강렬한 뮤비를 찍자’고 툭 던진 말이 올해 <라디오, 라디오>에서 그대로 실현됐어요. <넥타이>는 노브레인이 바쁘디 바쁜 자신의 매니저들에게 바친 곡이라서 특별하고요. 뮤비 주인공으로 실제 매니저를 섭외하고 어색한 연기도 일부러 남기며 즐겁게 촬영했어요. 서로 헐뜯고 지적해야 발전이 있는데 맨날 츄리닝 바람으로 모여서 왁자지껄 웃고 박수치며 촬영하니 이거야 원(웃음).

엄 우리나라 뮤직 비디오의 장단점도 짚어주세요.
 우리나라 특유의 ‘빨리 근성’을 살려서 △기획 △제작 △배포가 순식간이란 게 장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단기간에 완성도까지 갖춘 작품들이 자주 나오면 팬들 입장에서는 좋잖아요. 욕구해소가 빠르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무리 잘 만든 뮤비도 한두 달 내내 돌려보진 않는다는 거예요. 장르 자체의 한계는 인정하지만, ‘어차피 2주짜리’라는 생각은 애착 갖고 만든 감독을 속상하게 하죠.

엄 인디 뮤직비디오만 가질 수 있는 특별함이 있을까요?
 음악 하는 친구들의 로망은 똑같아요. 언젠간 각자가 동경해온 가수들처럼 되는 거죠. ‘슈퍼스타K’만 봐도 우승자에게 주는 최고 혜택이 음반 내주고 뮤비 만들어주는 거잖아요. 거대 기업에게는 단지 홍보수단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인디 밴드에겐 그 자체로 정말 소중한 작업이에요. 자신들의 음악에 딱 맞는 영상 하나를 기획해서 만들고, 사람들이 보고 즐겨주는 것 말이에요. 그 진정성 때문에 더 느낌 있고, 짠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