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시경07)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어느덧
봉오리를 활짝 열었던
별들도 지고
새로이 볕이 들면
도시는 회색 공간
인간의 숲
그 안에
꿈을 꾸는 자가 있다


인간의 숲
그 안에는
쾌쾌한 땀 냄새와
답답한 열기를 내놓는
무수한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인간이라는
수많은 나무가 있다


무수한 나무
그 속에는
한 그루 한 그루
눈에 보이지 않은 꿈을 위해
확신의 실마리조차 잡히지 않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피를 마시며
자신의 생명을 하루하루
연장해 나가는
이름조차 모르는 그런 것들.
그런 것들은
모두가 다 자랄 수는 없다
누군가는,
또 다른 더 훌륭한 누군가를 위하여
기둥이 잘라진다.
더 울창한 한그루의 나무에 의하여
더 푸르른 그 나무의 잎사귀에 의하여
더 차가운 잎사귀의 그림자에 가려
일생을 살아야한다.
 

모두가 처음은
빛을 원한다
그러나 모두가
빛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색도시의 뿌연 안개에 가려
비록 축축한 빛일지언정
그 빛을 맛볼 수 있는 나무는
한정되어있다.

이러한 인간의 숲을
쓰레기통이라고 부르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의 숲은
모두가 혐오하면서도
모두가 원할 수 밖에 없는 공간
한 그루의 나무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산소를,
한 방울이라도 더 많은 물을
빨아들이려고
애를 태우는 이 숲 안에는


어떠한
정복자도 만족하지 못하고
승자(勝者)도 행복할 수 없는,
자신의 사리를 위해
남들을 짓밟는
이러한
인간의 숲 안에는

 
당신들과 내가
우리들의 눈물을 마시며
폐쇄된 이 숲의 사각공간에서
사각형의 모니터를 보며
사각형의 타자를 치며
사각형의 책들을 보며
사각형들의 모서리에 찔려가면서
오늘하루를 살아간다.


끝끝내
그대를 애태우던 푸른빛이
그대의 상처를 아물게 할 것이라는
헛된 기대감 하나로

 

당선소감

우선 토요일 오전에 성대신문에 제가 쓴 글이 기재된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시는 아파트에서 어느 흐린날 초저녁에 해가 지면서 도시에 쓸쓸하게 어둠이 오는 모습을 보면서 쓰게되었습니다.
사실 스스로 용기를 복돋아 주고 행복을 주는 글을 쓸 수도 있겠지만 제 머리와 마음이 말하는대로 쓰다보니
이런 글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세히 살펴보면 '시'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라던가 표현이 갈무리 되지 않은 부분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되도록 기교를 부리는 것을 자제하려고 노력함으로써 간결한 흐름으로 눈앞에 시의 상황이 떠오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글이라는 것은 남들이 내 글을 해석해서 의미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제 마음을 글로 적어 소통하는 것에서 의미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에게 보이기에는 조금은 부족하고 부끄럽지만 이런 기회를 갖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