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락 (국문10)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오늘도 햇빛에 꼼짝없이 당했다.
영원히 눈을 감고 싶던 영겁의 시간을 거쳐
또다시 눈을 떴다.

박스 틈 조붓한 사이로,
활보하는 가랑이들이 보인다.
집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갈 정답들이다.
나도 언젠가 집에서 나왔다.

나도 언젠가는 알았던 것 같다.
가족이라는 얼굴 없는 사람들.
희망이라는 피 끓는 단어를.

아침 배식에 몸 달아
덮고 있던 신문지를 벗고 일어서는데
더러운 종이 위에 곤두선 한 문장.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이유 없이 행복하다-

박스와 문장에 포위된 나는
가족도 희망도 없이
서럽게 울었다.

 

당선소감

저는 낮잠을 깨우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합니다. 다음부터는 당선 소식을 새벽 1시쯤에 문자로 알려주세요. 제 인생에 너무나 소중한 낮잠을 덜어내고 이 하찮은 수상소감을 쓰게 되었지마는 사실은,
면목 없습니다. 저는 사실 이번 학기 수업으로, 과제로 ‘시’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진실로 이따금 그것이 귀찮아집니다. 수상소감을 쓰려는데 저보다 진지한 자세로 문학에 임하시는 학우님들이 마음에 걸려, 송구스러운 마음을 앞세워야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장이지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것이 순서일 것 같습니다. 칭찬 한 마디 안 하시는 분께서 ‘이정도면 성대문학상은 타겠다.’ 하셨기에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으로는 친구와 학우들을 떠올립니다. 상훈이, 고정원이, 근영이, 김내리. 이 모두는 제가 김승옥이 되려 했을 때 기꺼이 김현이 되어 준 사람들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국문학과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노명희 선생님, 천정환 선생님, 김학현 선생님께는 마음의 빚이 있습니다. 거치기간을 길게 하여 이자만 조금씩 갚는 쪽으로 하겠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한기형 선생님, 황호덕 선생님께 많이 배우고 있는데 국문학과임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게 해주시는 분들입니다. 고맙습니다. 국문학과의 친우들 대건이, 경혜도 고맙습니다. 정소영이와 현수, 진용이형도 제겐 좋은 사람들입니다. LC10 아이들도 생각나네요. 한울이, 태희, 동진이, 석원이, 정환이, 준영이, 대현이, 재완이 오랜 친구들 고맙습니다. 마지막 친구 오다기리 홍 비야는 대오각성하길 바랍니다. 침착하게 윤동주와 타블로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나의 최후의 사람들 가족들에게 여분의, 하지만 개별적인 인사를 제외한 모든 감사를 공손하게 바치는 바입니다. 상금으로는 동생 진이의 겨울 외투를 하나 살까 합니다. 제 ‘작은’ 시를 선택해 주신 분들, 제 동생을 대신해서 감사의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