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국어국문학과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우수작: <인간의숲>
가작: <여독>, <낮달>

영화 <일 포스티노>(1994)에서 세계적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우편배달부 마리오에게 시의 비밀을 알려준다. 그것은 ‘메타포(metaphor, 은유)’이다. 처음 듣는 단어에 어리둥절해진 마리오에게 네루다가 설명한다. “메타포는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다른 것과 비교하는 거야.”
올해 성대문학상에 응모한 시들을 읽는 동안, 나폴리 앞바다에서 대시인과 순박한 청년이 나누던 대화가 줄곧 떠올랐다. 그 이유는, 응모작 중에서 많은 시들이 자기 처지나 감정·관념을 과장해서 날 것 그대로 호소해버리거나, 낡거나 진부한 비유(‘죽은 은유’)들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은, 새로운 현실의 장을 열어 밝힐 수 없고, 자신의 감정과 체험에 갇혀서 타인과 소통하지 못한다. 시의 언어는, 자폐의 언어가 아니라 해석과 소통의 언어이다. 그것이 메타포의 기능이다. 메타포는 단순한 기교나 기술이 아니다. 시인으로서 기초 체력은, 하나의 메타포를 한 편의 시에서 끝까지 밀고 가는 힘에 달려 있다. 아쉽게도 올해 성대문학상에 응모한 시들은 전체적으로 그런 기초체력이 부실해 보였다.
올해 성대문학상 시부문은 최우수작 없이 우수작 1편과 가작 2편을 선정하였다. <숲길>은 처음 가본 숲의 풍경과 자신의 느낌을 시의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애쓴 노력이 보인다. 그 언어들이 서로 겹치고 겹쳐져서, 내면에 여러 층위와 깊이를 지닌 하나의 심상을 이루어 낼 때까지 더 노력하기를 바란다. <낮달>은 언어 절제력으로, 격정적인 청춘의 감정이 무한 재생 또는 증폭되는 것을 막아주고 있다. 하지만 언어와 형식의 절제가 자유로운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한 노숙자의 삶과 내력을 그려낸 <여독>은 대상을 향한 집요한 시선이 돋보였다. 다만, 시의 언어가 성급해서 독자들이 따라오도록 기다리지 않고 자기 감상에 빠져버리거나, 낯익고 상투적인 문장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올해 성대문학상에 응모한 시들은 작년에 비해 양과 질에서 다소 부진했다. 이것은 시의 언어가 세상의 가치로 전환되지 않는 시대,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여전히 시를 꿈꾸며 시의 언어를 다듬는 사람들이 있어, 물신화의 가치가 인간의 가치를 점령하지 못하는 것이라 믿는다. ‘절망하여 자기를 의식하지 않는 경우’를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키르케고르가 규정한 바 있다. 난국 속에서도 자기를 의식하려는 나름의 행위로서 시쓰기는, 그 작품의 성취와 상관없이, 의미를 갖는다. 용기를 내서 시를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