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에 자주 활용되는 색채심리… 향후 심층적인 연구 기대

기자명 김은진 기자 (eun209@skkuw.com)

빨간색은 열정, 파란색은 시원함, 검은색은 어두움, 흰색은 깨끗함… 이렇게 색이 상징하는 이미지나 심리를 색채심리라고 부른다. 색채심리는 크게 ‘색이 상징하는 심리’와 ‘색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측면에서 연구된다. 이 중 색이 사람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이용해서 실생활에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이끄는지 알아보자.

우리는 평소에 의도치 않게 바라보고 인식하고 있는 수많은 색채들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심리적 △정서적 △정신적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사회 속에서 이러한 영향을 가장 활발히 이용한 예가 상품디자인과 심리치료 분야에서의 색채심리의 응용이다.

ⓒHoria Varlan

색깔별로 다른 영향
어떤 제품의 포장에 쓰인 색이 소비자의 상품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매우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색의 종류에 따라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 전부 다르다.
상품의 포장디자인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녹색 △적색 △황색 중, 적색과 황색은 소비자의 감각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소비를 유발한다. 적색은 주목성이 높고, 황색은 가장 눈에 잘 띄는 색이기 때문으로 실제로 기업들은 많은 제품 포장에 두 색을 이용하고 있다.
서울예술대학의 시각디자인학과 신승훈 교수가 2007년 논문을 통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라면과 같은 유탕면류에서 위와 같은 특징이 두드러지는 것이 드러났다. 브랜드 이미지와는 연관이 없음에도 전체 품목 중 61% 이상이 단지 주목을 끌기 위해 포장에 적색과 황색을 이용하고 있었다.
반면 녹색은 이와 달리 다른 이유로 포장디자인에 많이 사용된다. 앞서 소개한 색들과는 달리 녹색은 어떤 특정한 이미지를 대표하기보다는 주위에 어떤 색상과 함께 배치되는가에 따라 상대적으로 다른 효과를 보인다. 따라서 같은 녹색이라도 질투와 같은 부정적 느낌을 줄 수도, 신선하고 명쾌한 긍정적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 결과 식품포장디자인에서 식품의 맛을 보여주는 측면으로 볼 때 녹색은 △사과 맛 △사워크림 맛 △양파 맛 △파인애플 맛과 같이 다양한 맛을 표현하고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능적으로 매운 맛을 대표하는 적색에 비해 녹색은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는 포장색상으로서 녹색의 불안정한 위치를 반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色으로 마음을 치유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라색을 떠올렸을 때 흔히 △고독 △귀족적 △병약함 △신비로움 등과 같은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책 『마음으로 읽는 색채심리』에서는 보라색을 ‘외향적 심리를 대표하는 빨강과 내면으로 향하는 구심적인 심리를 대표하는 파랑이 혼합된 색’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보라색은 ‘대립된 감정이 혼합되는 색’이라 일컫는다.
이처럼 색은 저마다의 특성을 가지며 색을 이용한 심리치료에서는 위 특성을 조합해 인간의 상처 입은

ⓒThe 5th Ape
내면을 치유한다. 위 보라색을 이용해 치유에 성공한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여류화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의 사례가 있다. 그녀는 1946년 예술적으로 깊은 교감을 나눴던 남편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가 죽자 뉴멕시코의 사막으로 운둔생활을 시작했다. 그 때 그녀는 자신의 그림 속 구릉과 나뭇가지들을 보라색으로 표현했는데 ‘이 활동을 통해 그녀는 고단했던 자신의 심신을 치료할 수 있었다’고 책 『마음으로 읽는 색채심리』는 밝혔다.
색채를 통해 무의식을 발견해냄으로써 심리 치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빨간색을 생각하면 어떤 느낌이 떠오르는지 질문했을 때 일반적으로 열정적이고 역동적인 느낌이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분노 △슬픔 △외로움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스에나가메소드연구소 백낙선 소장은 “개인이 삶을 살아오면서 영향을 받았던 경험에 의해 그런 감정이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색채를 보고 개인이 느끼는 감정을 통해 내면에 존재하는 무의식을 발견하고 나아가 그 안에 색채와 심리의 관계성까지 이끌어내 상처로 자리 잡았던 기억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이다.

익숙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이렇듯 색채심리는 우리 생활에 깊숙이 영향을 주고 있으며 상당 부분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단순히 어떤 색깔이 무엇을 상징한다는 색채심리의 수준을 넘어서 조금만 심층적으로 접근해도 그에 관한 연구는 아직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백 소장은 『마음으로 읽는 색채심리』를 통해 ‘한 가지 색이라도 △명도 △색조 △채도 등에 따라 담고 있고 표현될 수 있는 심리는 매우 다양하다’며 ‘단색을 벗어나 조금만 변화를 가한 색채에 대해서는 자세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녀는 ‘앞으로의 색채심리는 넓은 시야에서 복합적인 의미를 밝히는 연구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방향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