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디자인)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오늘날 21세기를 ‘창조산업의 시대’라며 모두가 디자인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모두가 ‘디자인 언어’를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이건희 회장은 ‘디자인이 21세기의 최후의 승부처’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흔히들 아름다운 스타일을 만들거나 부족한 부분을 예쁘게 보완하는 코스메틱(cosmetic) 차원의 행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디자인은 인간의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삶의 질을 창의적으로 개선하는 ‘문제 해결’ 행위이다.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그것이 우리에게 가치, 쓸모, 매력창출의 3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지 여부가 기준이 되며,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생산되는 것이기에 아름다움도 추구하는 것이지 아름다움이 모든 것에 앞서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스트래티지 인사이트’의 공동설립자인 리차드 왓슨은 정보수집과 분석을 담당하는 좌뇌형 인간보다 감성과 디자인을 담당하는 우뇌형 인간이 미래의 경제와 경영의 중심이 될 것이라 말했다. 이미 시대적 흐름은 소비자의 편의성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는 창의력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되었으며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도 학점이나 입사시험 성적보다는 개인의 개성과 상상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다. 즉 기존의 제도나 시스템에 충실한 인재보다는 톡톡 튀는 우뇌형 인재가 대접받게 된 것이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에겐 ‘문제 해결’ 능력뿐만 아니라 창의적 ‘문제제시’ 능력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고 이러한 능력의 기본 바탕이 되는 것이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다. 혁신을 수행함에 있어 상상력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으나 현실과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디자인적 사고’는 좌뇌와 우뇌가 서로 잘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디자인 언어’의 학습이 필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느끼지 못하는 감동은 남에게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자인언어’는 감성의 문법체계라고 볼 수 있어 읽기, 쓰기, 말하기만을 가지고는 배울 수 없고 관찰, 조사, 문제제시, 만들기 등의 체험교육을(learning by doing) 통해야 비로소 오감에 체득되는 것이다.
디자인은 이미 오늘날 기업경영의 생존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애플사가 디자인 경영으로 매출의 비약적인 증가와 더불어 기업 브랜드가치를 극적으로 올린 것은 대표적인 사례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애플사의 가장 큰 특징은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해낸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창조산업으로서의 디자인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카드사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디자인하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통한 카드 디자인으로 회사를 성공으로 이끈 사례가 있다.
이제 디자인은 이미 선진대학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2010년 공학-경제학-예술 분야를 합쳐 혁신적 대학(Aalto University)으로 새롭게 태어난 핀란드의 헬싱키 예술대학,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의 디자인-공학-경영대학이 융합된 다학제 디자인 프로그램 등이 좋은 예이며 하버드와 MIT, 프린스턴 등에서도 다양한 예술/디자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술대학도 학사 및 행정을 일괄적으로 좌뇌 시스템에 맞추어야 하는 것이나 ‘취업률’이라는 잣대로 획일적인 평가를 받는 현실을 볼 때 창조산업의 발전이나 ‘디자인적 사고’의 함양은 너무 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기술’보다 예술적 ‘창의성’이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더 이상 미래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예술과 과학의 결합인 디자인을 통해 대학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시킬 수 있는 방안, ‘디자인 언어’ 교육을 통해 좌뇌형 학생들의 창의성을 계발시킬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때다. 미래가 바라는 성균관대 졸업생들의 이미지는 ‘디자인적 사고’ 능력이 있는 창의적 인재상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