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전시·공연으로 기존 책 행사와 차별화

기자명 황보경 기자 (HBK_P@skkuw.com)

파주 출판단지를 아는지. 책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2002년에 설립된 문화산업단지로 출판과 관련한 △기획 △생산 △유통이 집적돼 이뤄지는 출판문화공동체이다. 그리고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출판단지에서는 책 축제인 ‘파주북소리2011(이하 북소리)’이 올해를 첫해로 개최됐다. 수많은 책 산업이 집약된 국내 유일의 출판단지가 책 축제를 진행한다니,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에 본지에서는 지난 2일 ‘책의 소리’가 울려 퍼지는 향연의 현장을 찾았다.

일반적으로 책 축제는 출판사의 도서 판매라는 상업적 목적을 띠게 마련이다. 그러나 책의 가치 전달과 출판문화 활성화에 초점을 둔 북소리는 이러한 기존 축제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매일 새롭고 다채로운 행사들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프로그램은 크게 △강연회 △공연 △전시회로 나뉘었다. △<노벨문학상 110주년 특별전> △<아시아 문자전>을 비롯한 네 개의 대형 전시가 열리는 한편, △시인 고은 △서울대 이어령 교수 등의 세계적 석학들이 진행하는 크고 작은 강연들이 진행됐고 여기에 △<조영남 북콘서트> △<파주포크페스티벌> 등의 공연들이 행사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축제가 한창이던 출판단지를 찾았을 때 사람들은 볼거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기자단이 처음으로 둘러본 것은 <아시아 문자전>으로 아시아 40여 개 국가의 문자를 여러 관점에서 구성한 전시회였다. 출판단지에서 규모가 가장 큰 건물이자 각종 행사를 담당하는 아시아출판문화센터에 입장하자 그림을 형상화한 듯 섬세하고 독특한 각국의 글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인쇄돼 널찍한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특히 한쪽 벽면에는 시기별·국가별로 나뉜 활자가 죽 늘어섰는데 △부드럽게 구부러진 4세기 아랍 문자부터 △마르지 않은 페인트칠처럼 아래로 줄줄 흘러내리는 모양의 현대 티베트 문자 △도장으로 찍어낸 듯 네모 반듯한 테두리 안에 작은 문양들이 들어차 있는 벵골 문자까지 각자 자신만의 개성을 한껏 풀어놓았다.
다음으로 둘러본 <Art, 실험과 예술의 세계>에는 여러 권의 책이 설치미술가 윤정원의 예술작품들과 함께 전시돼 있었는데 이들은 독특하고 예술적인 디자인으로 인정받은 ‘예술도서’였다. 개중에는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처럼 익숙한 교양서적도 보였고 얇은 종이에 화려하게 인쇄된 독일의 동화책도 있었다. 읽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심미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이 책들은 설치미술작품과 묘하게 어우러져 그 자체로 거대한 작품을 형성한 듯했으며 여기에 채광창에서 들어온 햇빛이 더해져 핑크색의 조형물과 책을 더욱 화사하게 비췄다.
전시를 둘러보고 나오자 건물 입구에는 71인 작가들의 시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는 시 낭송회 <時에 빠진 날>의 일환이었는데 기자단이 행사장을 찾은 후 일주일 뒤에 이들은 △영상 △음악 △일러스트 등과 어우러져 낭송 축제로 재탄생했다. 또 어둑해진 바깥의 한편에서는 익숙한 목소리의 노래가 들렸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조영남의 북콘서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붉은 노을을 뒤로 한 무대 위에서 가수는 ‘화개장터’를 비롯한 여러 히트곡을 불렀으며 노래 중간 중간 책과 관련된 입담을 술술 풀어놓으면서 관객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그 밖에도 각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크고 작은 전시와 강연회, 공연이 2백여 개에 달했으며 해외 유명 출판사의 수석편집자, 출판평론가 등 출판 산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포럼이 3개 국어 동시통역을 거쳐 이뤄졌다. 이처럼 파주 북소리2011은 시청각적 요소를 한껏 살려냄으로써 책과 활자의 가치, 나아가 이들을 알리는 데 있어 출판단지의 중추적 역할을 신선한 방식으로 어필하고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축제를 다 훑어보기는 역부족이었지만 하루 동안 돌아본 현장에서는 출판단지 사람들의 노고가 흥겨운 책의 소리로 재탄생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년 2회의 축제에서는 과연 어떤 소리가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할지 벌써부터 기대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