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양명지 편집장 (ymj1657@skkuw.com)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다는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대학생부터 자살이라는 극단을 택하는 가장까지 높은 등록금을 대변해 주는듯한 일들이 벌어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반값등록금’이 등장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아직은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과연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반값등록금의 시작은 무엇이었으며 지금까지 어떤 논의가 있었을까.
‘반값등록금’이 본격적인 화두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나라당은 등록금 인하 관련 공약을 내놨고 이후 2007년 대선 때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에 반값등록금 특별위원회가 있었다. 때문에 이 대통령 당선 후 높은 등록금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높은 등록금에 힘들어하는 이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정치권에서는 말만 오갈 뿐 실질적인 등록금 절감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지난달 8일 당정 협의회를 개최해 국가장학금과 대학의 자구 노력을 포함해 소득이 낮을수록 더 많이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안이 실행만 된다면 소득수준 하위 70%에 속하는 학생은 평균 22% 이상 등록금 부담이 줄어든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지원이 저소득층에 집중돼 대부분 학생은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장학금 확대가 아닌 등록금 인하를 요구했다. 한편 제1야당인 민주당은 세금 중 일부를 ‘고등교육재정교부금’으로 사용해 2012년부터 모든 대학의 등록금을 50% 인하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는 현재 대학생들이 바라는 바와 들어맞지만 결국 부담이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피하지 못하고 있다.
보다 못한 학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등록금 관련 움직임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학기 초에만 반짝한다 해서 ‘개나리 투쟁’이라 불리며 지나가는 연례행사 정도로 여겨졌다. 올해 있었던 등록금 투쟁은 좀 달랐다. 2000년대 들어 거의 열리지 않았던 전체 학생총회가 열리고 일선에서는 수강거부와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특히 경희대에서 지난 3월, 6년 만에 열린 전체 학생총회에는 1천 9백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등록금 인상분 반환을 이뤘을뿐 아니라 이 중 일부를 사정이 어려운 학생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사용하기로 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이후 다른 대학들도 본격적으로 등록금 문제에 뛰어들었다.
학교 바깥에서의 움직임도 눈에 띠었다. 5월 이후 대학생과 여러 시민단체의 본격적인 참여가 시작됐다. 매일 저녁 촛불집회가 열리는 곳도 있었고 광화문 광장에서는 4월부터 지금까지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5월 29일에 있었던 서울광장 집회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집회라는 이유로 대학생 7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다시 이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려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열기도 여름방학을 맞아 잠시 주춤하는 듯했다. 그러나 개강 후 다시 학내를 중심으로 등록금 관련 활동이 시작됐고, 이런 움직임은 지난달 29일 청계광장에서 열렸던 전국대학생총회를 통해 합쳐졌다. 물론 그간 있었던 반값등록금 집회들은 소위 운동권이라 불리는 학생 단체의 주도로 이뤄졌다. 때문에 많은 일반 학생들은 삭발이나 단식 투쟁 등 7,80년대 학생운동의 상징이라 여겨지는 행동들의 진실성에 대해 의문을 품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등록금 문제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국민 대다수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등록금이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높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정치권에서도 계속해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운동권 여부를 떠나 타인에게는 무관심한 줄로만 알았던 대학생들이 등록금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는 등록금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미뤄서도 안 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